暗의 농도

앎의 농도

by 연감자

살고 있는 집의 거실 불은 한 번도 켜 본 적이 없다. 침대가 있는 부분의 불과 거실의 불이 있는데, 거실의 불은 침대의 불과 다르게 눈이 부시게 밝은 까닭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밝은 곳에 있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밝은 곳에서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어떻게든 피하고 싶었다. 밝은 조명은 내 모든 결함까지도 낱낱이 드러내어 숨을 곳 없이 발가벗은 기분을 들게 한다. 항상 집안의 모든 불은 끄고 어둑한 조명 두어 개만 켜두는 이유다.

오랫동안 내 자신을 사랑은커녕 좋아해 본 적조차 없다. 미디어에 나오는 잘생기고 고운 사람들은 왜 이리도 많은지, 각자의 분야를 살려가며 자기 일을 사랑하고, 커리어에 있어서 정점을 찍은 사람들을 보면 한없이 작고 초라해졌다. 나는 왜 이리도 못났을까. 저렇게 明 한가운데에서 반짝이며 사는 삶은 어떤 기분일지 부러워하며, 나는 왜 밝은 빛이 두려워 불 꺼진 집 안에서 거울조차 보지 못하며 살아가는지 그 괴리감에 내 삶의 조명은 하루하루 더욱 어둑해졌다.

나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만 보아도 한 명 한 명 다 그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이유가 그들에게 덕지덕지 붙어 빛나고 있었다. 예쁘고, 똑똑하고, 일도 잘하는 모습들을 보면 당연히 사랑받을 수 있을 이유가 넘치고도 넘쳐있어 보였다. 나는 연예인들처럼 돈을 잘 벌 수 있는 외향을 가진 사람도 아니고, 명석한 두뇌로 성공할 수 있는 재능도 없다. 아무리 구석구석 비춰보아도 "나"라는 사람은 누군가가, 혹은 나조차 좋아할 수가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호주에 여행을 갔을 때, 들어갔던 대부분의 실내는 어둑어둑했고 조명만 켜두는 곳이 많았다. 외국인들은 눈동자 색 때문에 빛에 훨씬 민감하여 그렇게 해두는 곳이 많다고 한다. 조명도 눈이 부신 하얀색이 아닌, 노르스름 뭉근한 빛들이 나를 은은하고 부드럽게 비춰주었다. 나의 결점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그저 내가 부담스럽지 않을 딱 그 정도만큼의 빛 아래에서는 나도 조금은 은은히 빛이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와 맞는 暗의 농도, 나는 아무래도 딱 그만큼의 조명이 달가운 사람인가 보다. 너무나도 밝은 明은 나의 눈에 너무 시리다. 딱 그만큼의 조명 아래, 나에게서 빛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만이 킬 수 있는 그 조명의 농도를 안다는 것. 책이나 영화를 보며, 글을 쓰며 타인과 세상을, 나아가 나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만큼의 빛. 다른 사람들만큼 밝게 빛나지는 않아도, 나만의 빛으로 세상의 구석진 한 모퉁이에서 따스한 온도의 暗의 농도를 피워놓아서, 나만의 아름다움을 하나라도 피워내기를.

여전히 밝은 빛 아래 거울을 볼 수는 없지만, 밝게 빛나는 사람들이 아직도 부럽지만, 나는 나의 조명 아래 방금 한 가지 정도 좋아할 구석을 찾은 것 같다. 저마다의 빛의 농도 아래에서 각자의 아름다움을 피워나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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