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넓은 도량Ⅰ
떡갈나무하면 그 넓디넓은 잎일 것이다. 참나무 종류 가운데 잎의 크기로 치면 떡갈나무가 당연 큰형님 이다.넓은 부처님의 손바닥을 보는 듯한 떡갈나무의 잎은 그야말로 도량 그 자체다. 가을을 지날 무렵이면 떡갈나무의 성한 잎을 찾기가 만만치 않다. 떡갈나무는 이미 숲속의 여러 곤충 들에게 잎을 내어 준 것이다. 떡갈나무의 품성을 드러내는 잎 둘레 가장자리의 들쭉날쭉한 부분(잎의 거치라고 한다)은 다른 참나무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드럽고 둥글다. 대부분의 수목의 잎은 뾰족한 톱니와 같은 거치를 가지고 있다.
떡갈나무는 신갈나무와 잎의 크기나 생김새가 비슷해 구분이 막연할 때가 있다. 떡갈나무 잎이 보다 둥글고 여유 있는 반면 신갈나무 잎은 떡갈나무 잎보다 각이 지고 뾰족한 느낌이다. 떡갈나무의 열매는 온통 장비의 수염과 같은 깍정이(인편이라고 한다)로 감싸여 있어 나무 열매만 보더라도 금세 알아볼 수 있다.
떡갈나무는 한 여름에는 사람에게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새들의 보금자리요 온갖 곤충을 먹여 살린다. 예부터 사람들은 떡갈나무의 도토리를 식량으로 사용하기도 했으며 기근이나 흉년이라도 들면 이만한 식량도 구하기 힘들었다. 추운 겨울에는 떡갈나무를 베어다가 땔감으로도 사용하기도 하였으니 그야말로 떡갈나무는 온몸을 희생하여 사람과 온갖 생물들에게 보시를 베풀고 있는 것이다.
Ⅰ치국안민Ⅰ
*나라를 잘 다스리고 백성을 평안히 함
<<시경>> <대아> 역복(棫樸)은 문왕의 선정에 대한 백성들의 기쁨을 노래한 시다. 한 구절을 살펴보면
떡갈나무 베어다가 장작을 패네 / 거룩하신 임금니께 다 모여드네 / 임금님의 좌우에서 홀을 받드네 / 공손하게 홀 받드니 근사하도다
*역복:떡갈나무
이 시는 주나라 문왕의 치덕으로 인한 신하들과 백성들이 모여들어 왕의 선정을 노래한 시다. 상나라의 마지막 황제 주제(紂帝)는 연못을 술로 채우고 나무마다 고기를 매다는 주지육림의 쾌락에 흥청거리며 놀아났다. 주제의 폭정과 잔인함은 하늘을 찔렀다. 문왕은 무지막지한 주제의 폭정에 인내하며 기다리며 마침내 그를 몰아내고 백성을 위하는 선정을 펼쳤다. 선정을 베푼 문왕에 대한 백성의 노래는 어찌 보면 일제강점기를 끝내고 해방을 맞이하는 백성의 외침과 같은 기쁜 일이었을 것이다.
<<시경>> <대아> 旱麓(한록)도 문왕의 치적을 칭송한 시다. 무릇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과 자연에 보시하는 떡갈나무의 품성이 시와도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저기 무성한 떡갈나무 갈참나무/ 백성들 베어다가 땔감으로 하는구나 / 화락한 우리 임금은 / 신께서 굽어살펴 위로하시네
*한록: 한산의 산기슭
Ⅰ상생(相生)Ⅰ
한편 <<시경>> <소아>의 黃鳥(황조)에서는 이주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잘 정착하지 못하는 마음을 노래했다.
꾀꼬리야 꾀꼬리야 떡갈나무에 않지 말고 / 우리 기장 쪼지 마라 / 이 나라 사람들은 함께할 수 없기에 / 발길 돌려 내 친척에게 돌아가리라
예나 지금이나 고향을 멀리 떠나 새로운 곳에서 정착하여 산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고 시대는 바야흐로 상생과 포용의 다문화시대가 도래했다. 떡갈나무의 도량이 필요한 때인 것이 아닐까 ?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라고 시인이 일갈했듯이 떡갈나무도 온몸을 다 보시하는 연탄재를 닮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