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 속에 피어나는 꽃

잡초의 매직

by 전운경

나훈아는 잡초를 이렇게 노래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 부는 언덕에 / 이름 모를 잡초야

한 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 이것저것 아무것도 없는 잡초라네


노래의 가사대로 수많은 잡초는 바람 부는 들판에 찿는이 없이 흔들거리며 꿋꿋이 버티고 있다. 잡초는 꽃이 작다 보니 이렇다 할 내음도 풍기지 않는다. 아무도 알아보지 않는다. 가사 그대로 그냥 잡초다.


그러나 저마다의 잡초는 마치 마술사인 양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잡초의 다양한 술을 면밀하게 살펴본다면 누구라도 그 깊은 매력에 빠져들곤 한다. 잡초가 보여주는 매직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수많은 잡초의 삶의 방식을 이루 다 표현할 공간이 없다. 잡초학의 미국의 저명한 학자 Herbert G. Baker가 제안한 잡초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소양에 대하여 열거하고 간단한 예를 들어보는 것이 독자의 잡초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더하리라 본다.


씨앗의 휴면성과 발아에 필요한 환경요구가 다양 복잡

식물의 씨앗은 휴면성이라는 묘약을 가지고 있다. 잡초의 씨앗도 온도나 빛 등 발아조건이 맞지 않으면 오랫동안 땅 속에서 싹을 틔우지 않고 때를 기다린다. 영국 1제곱미터에 7만 5천 립의 잡초씨앗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헤아릴 수 없는 잡초의 씨앗이 여러분의 마당에서 숨을 죽이며 웅크리고 있다.


발아가 제 각각이고 흙속의 씨앗의 수명이 길다

잡초는 종류마다 발아조건과 시기가 다르다. 여러분이 아무리 마당이나 텃밭의 잡초를 뽑더라도 잡초는 밀물 같이 계속 고개를 내민다.


영양성장과 꽃 피우는 시간이 길지 않다

잡초는 대부분 한 두해 살이 식물이다. 발아 후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 빨리 줄기를 올리고 꽃을 피워 많은 씨앗을 생산해야 한다. 어찌 보명 잡초는 삶을 즐길 여유도 없이 자손을 퍼뜨리고 난 후 곧 시들어 간다. 잡초에 대한 연민과 삶의 충실함에 대한 진지성에 대한 각성을 느끼게 한다.


생육이 가능한 한 오래 기간에 걸쳐 씨앗을 생산

냉이는 불확실한 환경조건에 대응하기 위해 봄부터 가을까지 매우 긴 기간에 걸쳐 씨를 생산한다.


자가수정이나 반드시 자가수정 혹은 무성생식은 안 한다

대부분의 잡초, 특히 일 년생 잡초의 주목할만한 특징은 자가수정 또는 무성생식을 통해 수분매개자의 방문이 없어도 씨앗을 생성한다.


타가수정의 경우에 비특정 방문자 혹은 바람에 의한 수정

잡초는 다양한 환경에서 빠르게 번식해야 하므로 특정 수분 매개체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곤충이나 바람을 통해 수정될 수 있도록 진화했다. 특정 곤충에 의존하면 그 곤충이 감소할 경우 번식이 어려워지지만, 다양한 매개체를 활용하면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 바람에 의한 수정 시 꽃가루가 가볍고 많으며 암술과 수술이 바람에 날리기 쉽게 노출되도록 발달한다.



환경이 좋으면 씨앗을 많이 생산

대부분의 잡초는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씨앗을 생산한다.

부들 이삭 하나에는 35만 개의 씨앗을 품고 있다. 양미역취 한 그루에는 4만 여개의 씨앗이 자라고 초 한 그루터기에는 자그마치 82만 개의 씨앗이 있다. 인류나 기타 동물의 자손 번식을 생각해 보라. 이유야 어떻든 간에 연약한 잡초의 번식능력은 경외 그 자체다.

환경이 나빠도 씨앗을 조금이라도 생산할 수 있다

잡초는 일반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도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씨를 많이 생산하는 R전략을 택한다. 잡초는 일반적으로 짧은 생애 주기를 가져 빠르게 성장하여 씨를 맺어 악조건에서도 신속히 씨를 생산하여 다음 세대를 이어가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한다.

* R전략:환경이 변화했을 때 자손의 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생존하는 전략.


가깝고 먼 거리에 씨를 옮기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잡초가 사용하는 번식전략은 그야말로 경이롭다. 질경이는 구둣발에 밟혀도, 짐승의 발굽아래 짓 이겨져도 심지어 마차 바퀴에 깔려도 악착같이 씨앗이 달라붙어 먼 거리로 이동한다. 도꼬마리는 열매의 가시 끝이 굽어져 있어 지나가는 사람의 옷깃이나 짐승의 털에 달라붙어 먼 거리로 이동이 가능하다.


여러해살이인 경우 절단된 영양기관에서 강한 번식력과 재생력

메꽃은 덩이줄기의 뿌리를 가지고 있는데 농부가 땅을 갈아도 절단된 모든 뿌리로부터 살아남아 싹을 틔운다.


여러해살이 경우 취성(외부에서 힘을 받았을 때 물체가 소성 변형을 거의 보이지 아니하고 파괴되는 현상)이 있어 쉽게 뽑히지 않는다

많은 잡초는 리그닌 함량이 높아 세포벽을 발달시켜 강성을 제공한다. 이는 성장함에 따라 식물을 부서지기 쉽게 만든다. 잡초는 낮은 수분 수준과 빠른 성장구조 그리고 환경적 스트레스 등에 식물조직이 약화되어 부서지기 쉽다. 이로 인하여 뿌리를 뽑으려고 하면 다 뽑히지 않고 땅 속에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특수한 수단을 통한 경쟁 능력(로제트, 질식성장, 알레로케믹스)

흔히 볼 수 있는 애기똥풀, 지칭개, 질경이, 고들빼기, 민들레 등은 땅에 바싹 엎드린 잎을 가지고 있는 로제트의 잎을 가지고 있어 추운 겨울바람에도 잘 견딘다.


그럼 여기에서 잡초의 정의에 대해서 알아보자. Herbert G. Baker는 그의 잡초에 대한 논문 THE EVOLUTION OF WEEDS에서 다음과 같이 피력한 바 있다.


a plant is a weed " if, in any specified geographical area, its populations grow entirely or predominantly in situations markedly disturbed by man (without, of course, being deliberately cultivated plants)"

식물이 특정한 지리적 지역에서 전적으로 또는 대부분에 있어 그 개체군이 인간에 의해 현저하게 교란된 상황에서 자랄 때 잡초라고 정의한다(물론, 의도적으로 재배된 식물이 아님)


그러나 실제로 우리가 생각하는 잡초는 농부가 작물을 재배하는데 불필요한 해충 식물뿐 아니라 우리가 일반적으로 들이나 밭 혹은 산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 전반에 대하여 잡초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고전 시경에서 고대인의 잡초에 대한 인식을 들여다볼 수 있어 흥미를 끈다. 시경에 풀을 노래한 다수의 시가 전한다. 시경에서도 잡초는 작물재배의 방해꾼으로서 인식되고 있음을 본다. 예나 지금이나 잡초는 환영받고 있지 못하는 모습이다.


시경<<국풍>> <제풍> 보전(甫田큰밭)의 한 구절이다.

큰 밭을 갈지 마오 가라지만 우거져요 / 먼 데 사람 생각 마오 냉가슴만 앓게 대요

큰 밭을 갈지 마오 가라지만 돋아나요 / 먼 데 사람 생각 마오 냉가스만 타게 돼요


잡초는 늘 수많은 씨앗을 땅속에 대기시켜 놓는다. 농부가 밭을 갈면 묻혀 있던 잡초의 씨앗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내밀어 싹을 키운다. 그렇다고 농부가 땅을 갈지 않을 수도 없다. 잡초는 기다릴 줄 알고 끈질긴 현명한 식물이다.


이하 몇 수에서 잡초의 수난을 더 확인해 보자


시경 <<소아>> <보전지습> 대전(大田한밭)에

이삭이 패더니만 여물어지네 / 갖가지 잡초들을 안 나게 하고


시경<<대아>> <생민지습> 생민(生民백성 낳으심)에

무성한 풀 베어내고 좋은 곡식 심으셨네


시경 <<주송>> <민여소자지습> 재삼(載芟풀을 베고)

풀을 베고 나무를 뽑아내어서 / 갈고 나니 반지르르 밭이 되었네 -생략- 가지런히 자라난 곡식의 싹들 / 구석구석 빠짐없이 김매기 하네


시경 <<주송>> <민여소자지습> 양사(良耜좋은 보습)

호미로 푹푹 파고 긁고 하면서 / 씀바귀며 여뀌 풀을 제거해가네 / 씀바귀며 여뀌 풀이 썩어 버려야

곡식들이 무럭무럭 자라게 되지


이토록 잡초들은 여지없이 파헤쳐지고 뽑히고 잘려갈 대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럴수록 굴하지 않고 강해지는 잡초를 보면 단하지 않은가.


그러나. 성가신 잡초도 사실은 매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곡식이 궁할 땐 구황식물로서의 기능을 하기에 충분했고 봄이라도 오면 그 아쌀한 씀바귀나 냉이 묻힘의 맛이란 단연 거부할 수 없는 일미천하(一味天下)의 맛이라. 시경에서도 다음과 같은 한 구절로 그 맛을 칭송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시경<<국풍>> <패풍> 곡풍(谷風산골바람)에

그 누가 씀바귀가 쓰다고 했나 / 나에게는 냉이처럼 달콤한 것을


초는 정원을 꾸미고 감상하는 힐링의 재료로서도 각광받기도 한다. 국립수목원에서는 잡초전시회를 열어 일반인에게 새로운 잡초의 기능을 전파하기도 하였다. 이미 시경에 읊은 바와 같이 풀 잎에 맺힌 영롱한 이슬은 그야말로 자연의 아름다움을 우리에게 느끼게 해 준다.


시경 <<국풍>> <정풍> 야유만초(野有蔓草:들에 있는 넝쿨 풀) 이슬 구경을 한 번 해보자.


뻗어 있는 들풀 잎에 동그랗게 맺힌 이슬 / 아름다운 사람이여 어찌 저리 고울까 /뜻밖에 만났으니 내 소원 다 이뤘네

4월의 봄 길가의 잡초에 영롱한 이슬이 맺혀 있다.


어느덧 나는 이슬비 촉촉이 내리는 4월의 봄이면 들판이나 산길에서 잡초에 매달려 있는 이슬 구경을 즐기게 되었다.


그렇다면 잡초의 기원은 어디까지 올라갈까.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잡초는 빙하기가 끝날 무렵 등장하여 홍수나 산사태 등 환경적 변화와 불안정한 시대 이후 잡초가 생겼다고 한다. 잡초는 처음부터 혹독한 환경을 극복하고 탄생하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황량한 대지에 가장 먼저 출현하는 식물은 다름 아닌 잡초다. 이후 잡초는 인간의 농업 활동과 매우 밀접하게 진화하였다. 말인 즉 잡초의 본격적인 진화는 대략 1만 년 전 농업의 발전과 함께한 작물재배와 깊은 관련이 있고 제초제가 본격적으로 사용됨에 따라 잡초도 이에 대응하면서 다양한 변화를 거쳤다. 잡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과정도 결코 녹녹한 과정이 아니었다.


캘리포니아대학의 Norman C. Ellstrand를 포함한 다수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연구에 의하면 잡초는 재배식물로부터 진화적 변화를 거치거나 거치지 않고 발생한다고 한다. 재배식물군과 다른 분류군과의 교잡으로 인해 생긴 식물은 필연적으로 다른 작물 선조와는 다르다고 한다. 아래 그림은 재배식물로부터 잡초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그림에서와 같이 재배작물 내부에서의 진화로 잡초가 생길 수 있으며 재배식물 간의 교잡으로 새로운 잡초가 생길 수 있으며 재배식물과 잡초사이에서의 교잡으로 또한 잡초로 진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Crops gone wild: evolution of weeds and invasives from domesticated ancestors Norman C. Ellstrand,1 Sylvia M. Heredia,1 Janet A. Leak-Garcia,1 Joanne M. Heraty,1 Jutta C. Burger,2 Li Yao,1 Sahar Nohzadeh-Malakshah1 and Caroline E. Ridley)

재배작물이 잡초로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해 주고 있다

앞서 Herbert G. Baker가 제안한 잡초가 되기 위한 12가지의 기본 소양을 갖추기까지 잡초도 부단한 변신과 노력을 기울여 왔다. 가령 논에서는 잡초성벼가 자라는데 돌피가 그 한 예다. 돌피는 마치 벼와 비슷한 모습으로 자라나 농부가 벼인지 돌피인지 구분이 어려워 제거당하지 않을 수 있다. 기막힌 위장전술이 아닌가. 많은 잡초들이 작물과 닮도록 진화하여 감지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절묘하다.


국내에도 소개된 일본의 잡초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전략가 잡초' '풀들의 전략'에서 각각의 잡초의 생활방식을 이야기했다. 몇 개 소개하고자 하면, 제비꽃은 곤충에 의한 수분이 가능하지 않을 때 꽃을 스스로 닫고(폐쇄화) 자가수정을 한다. 별꽃은 꽃잎이 깊게 갈라져 마치 5장의 꽃잎이 열 장으로 보이게 하여 곤충을 유혹하며 광대나물은 윗잎술이 곤충을 유혹하는 가이드라인의 역할을 담당하고 아랫잎술은 아름다운 무늬와 넓은 면적으로 벌이 용이하게 착륙하게 한다고 한다. 클로버는 작은 꽃송이가 모여 한 송이를 이루는데 아래부터 순차적으로 위로피어 피어있는 시간을 늘려 벌레들이 오랫동안 머무르게 한다. 괭이밥은 성장한 꼬투리 손으로 자극을 주면 씨앗이 사방으로 튀면서 퍼트려지는 로켓발사장치를 가지고 있다고 하였다. 놀라운 기량이 아닐 수 없다. 이밖에도 잡초의 현란한 퍼퍼먼스를 이 짧은 공간에 다 베껴놓을 염치도 없으려니와 묘사할 공간도 없으리라. 잡초의 다양하고 흥미진진한 매직은 무궁무진하다,


잡초는 종류도 다양하고 구분하여 공부하기 어려운 식물이다. 오히려 잡초에 불과한 식물로 통째로 치부당하기 일쑤다. 그러나 식물에 있어서의 종다양성은 매우 중요하고 우리에게도 유익한 일이다. 잡초가 가지는 개성과 매력 넘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다 보면 어느덧 독자 여러분도 포기의 풀이름이라도 불러보고 싶은 마음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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