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과 하수도

by 전운경

깨끗한 환경은 깨끗한 물을 전제로 한다. 더러운 물에서 어떻게 깨끗한 환경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천만 서울시민의 휴식처인 한강이 시민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깨끗한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보도에 의하면 2030년까지 UN 물 목표치에 도달을 위해 전 세계 하수처리 능력이 매년 85억 6천만㎥씩 증가해야 하고 연간 4천691개의 하수처리 시설에 대한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UN의 발표에 의하면 세계 인구의 22억 명의 사람들이 안전하게 관리되는 식수에 대한 접근이 부족한 반면, 42억 명 이상의 사람들은 안전하게 관리되는 위생 시설이 부족하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제 거의 선진국 수준의 생활수준과 위생관념이 확립되어 있으나 실제로 이러한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것과 청결한 위생 수준에서 이르지 못하는 인구는 전 세계의 10명 중 4명은 화장실이나 변기 혹은 양동이 같은 것 조차 사용하기 힘들다고 한다.


저명한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로즈 조지(Rose George)는 그의 저서 (The Big Necessity:The Ummentionable World of Human Waste and Why It Matters>에서 화장실과 하수도의 세계로 떠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의미 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분변 1그램에는 대략 1000만 개의 바이러스, 100만 개의 박테리아, 1000여 개의 기생충 포낭, 100여 개의 기생충 알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 위생처리 수준의 열악함으로 인하여 15초마다 어리 아이 한 명이 설사병으로 죽으며 이중 90%는 분변에 오염된 물을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런던에서 조차 하수처리가 취약했던 19세기에 두 명 중 한 명이 성인이 되기 전에 사망했다.


집안에 수세식 변기가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선진국이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리 쉬운 일은 절대 아니다. 과거에는 거주지로부터 먼 곳에 변소를 만드는 것이 원칙이었다. 힌두 경전 나라다 삼히타에 열거된 노예의 15가지 의무 중 하나는 인분청소였고 사람들로부터 소외되기 일쑤였다. 빅토리아시대 런던에서 분변을 처리하는 사람은 타인과 교류가 없었다. 구약성서 신명기 23장에 네 진영 밖에 변소를 마련하고 그리로 나가되, 네 가구에 삽을 더하여 밖에 나가서 대변을 볼 때에 그것으로 땅을 팔 것이요, 몸을 돌려 그 배설물을 덮어라'라고 했다. 사해문서에는 유대인들은 진영에서 북쪽으로 1000-3000큐빗(450-1350미터) 떨어진 곳에서 배변을 해야만 했다. 어느 힌두교 경전은 화살을 쏜 다음 그 화살이 닿은 위치보다 더 먼 곳에서 배변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선진화된 하수처리장이 있어 가정에서 편리하게 용변을 보고 나서, 혹은 비누나 샴푸를 사용한 샤워를 하고, 그리고 설거지 후의 여러 가지 처리해야 할 폐수를 얼마든지 처리하여 깨끗한 물로 만들어 배출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하수처리장을 주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위생과 편의를 위해 지하화 하고 지상에는 여러 가지 체육시설이나 공원화하여 시민에게 개방하고 있다.


1970년도만 해도 하수도 보급률은 27.9% 로 같은 해 상수도 보급률이 85.6%의 약 1/3 수준에 불과했다. 실제로 필자만 해도 비탈진 길의 중간에 엉성한 변소(당시는 화장실이라은 용어를 아예 쓰지도 않았다) 하나가 있고 세 집에서 공동으로 사용했다. 당시엔 자식들도 많아서 세 집의 총인구는 자그마치 20명. 변소를 사용하는 것도 이만저만 품이 드는 것이 아니었다. 당연히 변소와 하수도는 연결되어 있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고도성장함에 따라 하수도 보급률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던 것이다.


환경부의 '2022년 하수도 통계'에 의하면 공공하수처리시설이나 공공폐수처리시설로 하수가 처리되는 구역에 사는 인구 비율인 '하수도 보급률'은 2022년 기준 95.1%로 2013년(92.1%)보다 3% 포인트 높았다. 전국 공공하수처리장은 4천397곳이며 하루 처리용량은 총 2천689만 8천 t이다. 대한민국의 하수도처리 능력은 유럽 선진국(95%)에 근접했다고 하니 실로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 걸맞은 성적인 셈이다. 우리가 마음껏 먹고 마시며 배변하며 수세식 화장실을 통하여 내려보내기만 하면 하수도처리시설에서 깨끗이 정화하여 강으로 흘려보낸다. 경제성장에 따른 모든 국민에게 돌아가는 어마어마한 혜택을 국민들은 잘 모르기도 하고 무관심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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