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의 깨달음 (1)

엄마의 사랑을 알게되다.

by 을동이

나의 본직업은 배우다.


사실 유명하지 않은 무명배우이기에

말이 좋아 프리랜서지. 사실상 백수라고 말할 수도 있다.


배우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오디션, 불규칙적인 촬영 혹은 장기적인 공연연습 및 공연기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수많은 배우들이 언제 올지 모르는 오디션 시간과 촬영에 대비하여 프리랜서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놓는다.


회사에 들어간다면 정규직으로 마음이 편해지겠지만 혹시 모르는 꿈의 기회를 놓칠까 조금 어려운 길을 택하게 된다.


(웃긴 건 바쁠 때는 본업과 부업이 겹쳐서 곤란하고, 이를 겪고 부업을 줄이면 배우 일감이 줄어든다)


나름 인서울 4년제 나와서 뭐하나

20살 때부터 연습실 밖으로 떠돌아본 적 없던 내가 졸업 후에 하는 일이 뭔지 돌이켜보았다.


너무 외로웠다.


누군가를 만나기에 여의치 않은 시간, 낮시간에 무얼 해야할 지,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는 자괴감은 드는데 정작 무얼해야할지몰라 정말 가만히 있는 시간이 지속된다.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여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분명 일이 없는데 너무 바빴다.


하루종일 집안일을 하고, 운동을 하고, 집에 반찬을 해놓으면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버렸다.


첫번째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엄마는 늘 이렇게 살아오셨구나.


늘 깨끗한 집, 입을 옷들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고 맛있는 반찬들이 냉장고에 가득한 내 집.


이건 당연한 게 아니었다.


엄마의 사랑과 노력, 희생이 담긴 소중한 집이었다.


그 순간 스스로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한심하다고 느꼈던 모습이 마음 아팠다.


나 꽤나 큰 노력을 하며 살았는데?

좋아, 나를 비난하지 말자. 이제 다른 일을

추가적으로! 계획적으로! 지속하는 연습을 해보자.


라는 결심이 앞섰다.


일이 있다가도 없는 건 당연하기에, 새로운 일이 나에게 오기 전 더욱 더 다듬을 지금을

세공의 시간. 나를 알아가는 시간. 사유하는 시간으로 사용하자.


나, 생각보다 더 내가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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