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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May 13. 2023

몸과 마음은 하나! 영혼까지 건강하게!

주말을 건강하게 여는 법

2023년 5월 13일 토요일


원래대로라면 토요일 이른 새벽엔 나 홀로 장거리 훈련을 하는 스케줄이지만 크고 작은 러닝 이벤트나 대회가 있는 날엔, 이변이 없는 한, 열심히 적극적으로 참가해 오고 있다.

오늘은 사이판 유일의 종합병원인 CHCC에서 주최하는 Mind, Body & Sole 5K Fun Run이라는 이벤트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른 시간인 새벽 5시 30분쯤부터 이미 많은 참가자들이 모여들고 있었고, 나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행사장에 도착해 몸을 푼 후 여러 참가자들과 웃으며 굿모닝 인사를 하고 친한 친구들과 포옹을 나누며 안부를 물었다.


출발 시간인 오전 6시 정각이 되자 백여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출발선으로 모여들었고, 과하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운 긴장감이 나를 설레게 한다.

거의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제법 많은 다양한 경기에 참가해 오고 있지만 출발 신호가 떨어지기 직전의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은 늘 똑같으니 참 신기하다.

하지만 왠지, 살짜쿵 심장을 뛰게 하는 그 긴장감이 싫지 않고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며 중독되게 한다.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지고 모든 참가자들이 동시에 스타트 라인을 박차고 나간다.


개인적으로, 2~3시간 넘게 계속 달리는 장거리 러닝이나 가파른 언덕을 헐떡거리며 뛰어 올라가는 언덕 훈련도 마다하지 않고 오히려 즐기기까지 하지만, 단거리를 최고 페이스로 질주해야 하는 스프린팅은 웬만하면 피하는 편이다.

그런 이유로, 질주와 회복주가 반복되는 인터벌 훈련도 싫어하고 짧은 시간에 죽자고 달려야 하는 스타일의 레이스를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빠른 페이스로 질주하는 강한 훈련이  러너의 기량을 향상시키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알고 있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자신의 평균 페이스보다 빠른 속도로 달려주는 게 필요하다는 것도 인정하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스피드 훈련을 미루는 내게 한 달에 두어 번씩 열리는 5K 레이스 참가는  막상 승부근성이 자극되면 나도 모르게

전투적으로 속도를 높여 질주하게 되는  아주 좋은 훈련이자 자연스러운 기회가 되어주고 있다.


바람 한점 없이 덥고 습한 사이판의 이른 아침. 외면적으로는 여러 참가자들과 함께 경쟁하며 비치로드를 달리고 있지만

내면으로는 나 자신과 치열하게 싸움 중이다.

온몸에 땀이 비 오듯 흐르다 못해 아예 땀을 로드에 흩뿌리며 달리고 있고 호흡은 거칠어지다 못해 심장이 터져나갈 듯하다.


그나저나 달릴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5K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게다가 마지막 피니쉬 라인을 코 앞에 두고

젖 먹던 힘까지 소환해서 죽기 살기로 달릴 땐 '아, 힘들어서 못해먹겠네. 다음번 대회엔 참가 안 하던가 해야지 원..' 이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피니쉬 라인에 골인한 지 정확히 5분 후면 사라지고, 다음 대회가 언제인지 스케줄을 확인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대회장 한쪽에는 사과, 바나나, 오렌지, 포도 등 다양한 과일과 시원한 음료수가 제공되고 있었고, 줄줄 흐르는 땀도 식히고 한숨 돌리고 난 후,  참가자들과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신선한 과일 타임을 가졌다.


여자부 1위 메달과 함께, 라플 추첨에서 헬스장 3주 이용권 당첨.

오늘의 성과이다.

대회 후에는 참가자들과 단체 사진도 찍고, 친한 친구들과 땀에 젖은 서로의 몸을 한껏 밀착시킨 채  활짝 웃는 얼굴로 브이를 그리며 포토 타임을 가졌다.

이번 레이스의 타이틀이었던 Mind, Body & Sole.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육체적인 건강과 정신적인 건강은 불가분의 관계이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고 어느 쪽이 우선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늦깎이 아줌마 러너로서 한 가지 장담할 수 있는 건,

러닝이 육체적인 건강증진이나 무기력한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거나 정신적인 피로감, 우울증, 스트레스와 강박증 해소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으며 부작용 없는 치료제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안전하고 바람직하며 건강한 치료제인가!

그저 사람들과 어울려 웃고 즐기면서 달렸을 뿐인데 마음속 한 구석에 시꺼멓게 똬리를 틀고 자리 잡은, 부정적이며 어둡고 우울한 기운은 어느새  폭포처럼 흐르는 땀과 거칠게 내뱉는 호흡을 통해 사라져 버렸음을 느낀다.


이러니 내가 달리기를 그만둘 수가 있나...

혼자 묵묵히... 열심히 달리며 훈련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지역 사회의 크고 작은 러닝 이벤트에 참가하면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호흡하며 혼자가 아니라는 소속감을 느끼는 것 또한 내겐 무척이나 소중하고 중요하다.


토요일 아침을, 밝고 활기차고 건강하게 시작한 오늘.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누구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포용력, 어떤 일이든 이해할 수 있을 듯한 긍정 마인드가 샘솟는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니 내가 달리기를 그만둘 수가 있나...


러닝으로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건강하게!

달리지 않을 이유가 도대체 한 가지라도 있느냐 이 말이다.

빠르지 않아도 좋다.

멀리 달릴 필요도 없다.

당신이 이때까지 그저 걷기만 했었다면, 지금부터라도 살살~ 아장아장 뛰어보자.

당신의 몸과 마음, 영혼까지 리프레쉬해 줄 러닝.

Run! Right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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