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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Nov 25. 2021

행복한 중독자

운동/러닝

낮동안 쾌청하던 날씨가 점점 흐려지더니

저녁 식사를 마칠 쯤엔 별안간 폭우가 쏟아진다.

'오늘은 실내 운동 당첨이네.'

간단한 을 챙겨서 헬스장으로 향한다.


야외 러닝과 헬스장 운동을 병행하는 나는

자타가 인정하는 '운동 홀릭'이다.

운동을 하지 못하는 날이 며칠만 쌓여도 몸이  찌뿌둥해지고

스트레스와 불안감에 마음이 불편해진다.

마치 중요한 숙제를 하지 않은 학생처럼 초조하고 몹시 신경이 쓰이는 것이다.

'운동 중독'이다.




"아니, 너 지금 뭐하고 오는 거냐.

애 낳은 지 삼칠일은커녕 2주도 채 안된 여자가

발목에 모래주머니 차고 밖에 나가서 운동하고 오는 게 정상인지

어디 한번 그 좋아하는 인터넷에 올려서 물어봐라.

정신이 나가도 유분수지!"


그랬다.

둘째를 낳은 지 열흘 정도 지난 후쯤에 식구들 몰래 새벽에 일어나,

미리 주문해서 숨겨둔 '발목 모래주머니'를 차고

어그적 거리며 새벽 운동을 하러 나갔던 것이다.

문제의 모래주머니


2006년 1월에 큰 녀석을 낳고

다음 해인 2007년 4월에 둘째를 출산한 나는

삼 남매를 모두 제왕절개로 낳으신 친정엄마와는 다르게

입덧도 전혀 없이 그야말로 '쑴풍' 두 녀석을 세상에 내놓았다.

특히나 둘째는 초 스피드로 급박하게 진행된 진통 덕분에,

환자복으 채 갈아입지도 못하고 병원 도착 15분 만에 낳아 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나를 친구들은 '출산 체질'이라며 경이로워했다.


두 번의 출산 모두 워낙에 순산을 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진통을 느끼지 못했거나 힘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는데

남편은 어지간한 세상의 여자들이 모두 그렇게 쉽게 아이를 낳는 줄로 알고 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 나오는 남편들처럼 옴팡지게 머리카락도 한 움큼 쥐어 뜯겨 보고

병원이 떠나가라 고통 속에 울부짖으며

열 시간 넘게 처절한 진통을 하는 와이프를 보면서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고 속이 타들어 가는 시간을 겪어봐야

심각성을 알 수 있었을 텐데

그러기엔 내가 너무 씩씩하고 건강했다.


오히려 '힘들지? 조금만 참아."라며 걱정스럽게 손을 잡아주는 남편에게

"손 안 잡아줘도 되니까, 건드리지 말아 줘. 그냥 내가 알아서 끝내버릴게."라며

남편의 손을 휙 뿌리쳤던 나였다.


'순산'을 했으니 자연스럽게 출산 후 회복도 빨랐다.

덕분에 좀 움직일만하다 싶어 지는 순간, 어느새 몹쓸 '운동 강박증'이 도져서

가만히 미역국만 먹으며 누워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식구들 눈을 피해 몰래 나갔던 그날의 새벽 운동은

친정 엄마에게 평생 들을 욕을 그날 한 번에 왕창 다 들은 후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새벽 4시부터 나 홀로 달리기에 심취하는 '러닝 홀릭'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헬스장 안에서 하는 대부분의 기구 운동들도 매우 좋아한다.

이를테면, 로잉머신이나 스미스 머신, 레그 프레스, 케틀벨 스윙, 플랭크 등

주로 하체 근육과 코어를 잡아주는 운동들을 즐기는 편이다.

그렇다고 바디 빌더 선수들 마냥, 엄청난 중량을 치면서 핏줄이 튀어나오게 하는 정도는 아니다.

내 수준이라는 건 그저, 레그 프레스는 180 파운드 정도로 10~15분

케틀벨 스윙은 10~12kg 무게로 100회, 플랭크는 5분 정도이다.


갱년기를 걱정하는 중년 이후의 여성들에게 동년배의 '운동 중독자'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유산소 운동과 더불어 근력 운동도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이다.


헬스장 운동은 너무 지루하고

퍼스널 트레이닝은 금액도 부담스럽고 힘들기만 하다고 투덜거리며

그저 집 앞 공원을 '걷고 산책'하는 수준의 '신체활동'을 하는 여성분들을 종종 보곤 한다.


헬스장에서도 특히나 내 연배의 여성들은 대부분, 주야장천 러닝머신만 붙잡고 있다.

삼삼오오 나란히 러닝 머신 위에 자리 잡고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걷는 여사님들!

그렇게 백날 해봐야 '운동'이 안 된다고요~~~


워킹을 '운동'이 아니라 '신체활동'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그 정도 강도의 워킹은 안 하는 것보다야 낫지만

운동이라고 보기엔 그 효과가 거의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유산소 운동이나 근력운동을 위해

굳이 헬스장에 등록하고 피티를 받아야 할 필요는 없다.

실천과 의지만 있다면 집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니까 말이다.


물론, 처음부터 모든 사람에게 강도 높은 운동을 권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자신의 몸 상태나 상황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걷기든 요가든, 무엇이 됐든, 계획만 세우지 말고 일단은 무조건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일단 시작했으면, 마치 등교하는 학생이나 출근하는 직장인처럼

꾸준히 멈추지 않고 운동을 생활화해야 한다.


운동이 생활화되어있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자칫, 운동 초반에 이런저런 부작용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 '옳다구나'하고 운동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예외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히 운동을 지속하다 보면

시간이 지날수록 몸이 적응을 하게 된다.


우리 몸은 생각보다 놀라운 적응력을 가지고 있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도저히 못할 것 같고

이걸 하다가는 내가 죽을 것만 같이 느껴지다가도

어느 한 고비만 넘기고 시간이 쌓이면 신기하게도 이미 그 한계치를 넘어서

예전보다 더 단련되고 강해진 체력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바쁘고 힘든 요즘을 사는 사람들에게

운동을 시작하기 힘든 이유는 수 백가지이다.

어렵게 시작한 운동을 끝까지 유지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이유 또한 다양할 것이다.

'운동은 시간 남아돌고 팔자 좋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거지.'


혹시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당신의 Mindset을 바꾸기 바란다.

운동은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밥 먹고 숨 쉬고 잠자듯이 그저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일 뿐이며

생활 속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할 행위일 뿐인 것이다.


내가 다니는 헬스장 입구 벽면에는 대문짝 만한 글씨가 붙어있다.

Excuses don't burn calories.

체중 감량을 위한 조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건강한 삶을 위한 강력한 메시지이자 충고 이기도 하다.

이런저런 구차한 변명이나 핑계들이 당신의 몸에 축적된 지방을 태워주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지는 못한다는 얘기다.


이제 한 달여 뒤면 50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오는 나이인 '마흔아홉'이 된다.

가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서글퍼할 때도 있지만

그 어느 때 보다 에너지 넘치는 지금의 삶에 감사한다.

나는 '행복한 운동 중독자'이기 때문이다.


운동이 주는 기쁨과 행복을 느낄 수 있길 바란다.

운동이 주는 기적과 변화를 체험할 수 있길 바란다.


골절상을 입은 경우가 아니라면

무조건 일어나서 움직이길 강력 추천한다!

지금 당장 시작 하시라!


닥치고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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