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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Dec 04. 2021

그냥 막 달린다고요?

운동 / 러닝 이야기

대한민국 기준, 러닝 인구 천만 시대라고 한다.

특히 2030 젊은 층에서 러닝의 인기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하긴, 이 작은 섬 사이판에도 내가 가입해 있는

러닝 동호회의 회원수가 거의 400명에 이를 정도이다.


해외 살이 19년 차인 아줌마의 눈에도

특히 서양 사람들은 유난히 조깅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보인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이 작은 섬 구석구석을 이른 아침이나 해질 무렵쯤에 뛰어다니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동양 사람보다 서양 사람들이 더 많다.


서양 사람들 다음으로 러닝 홀릭인 사람들은 일본 사람들이다.

우리 러닝 동호회에 일본 아줌마 회원들을 보면

한눈에 봐도 그들의 내공과 연륜이 느껴진다.


일단, 엄청나게 깡 말랐다.

'뼈와 가죽'이 떠오른다.

햇볕에 그을린 가무잡잡한 피부에

근육들과 힘줄이 온몸에 가지를 치고

뼈와 가죽만이 존재하는 몸으로

어지간한 아마추어 남자 선수들 싸대기를 때리는 실력과 기록을 자랑하는

정말 무서운 아줌마들이다.

5km를 20분대, 10km를 40분대 초반에 들어오는 아줌마들이시다.

거의 프로 선수급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쉽게도 사이판 러닝 동호회에는 아직까지 내가 유일한 한국인 여자 회원이다.

남자분들은 몇 분 계신데, 여성회원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 다른 멤버들이 나를 일본 여자라고 생각했었단다.

골프나 걷기도 물론 좋지만

개인적으로 사이판에 거주하는 한국 여자분들도

러닝의 매력을 느끼고 많이 동참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본다.




"러닝? 그까짓 거 그냥 대충~운동화 하나 신고 달리면 되는 거 아녀?"

"달리는데 뭐 특별한 방법이 있고 기술이 있나?"


의외로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무슨 말씀을! 러닝은 과학이다!

최첨단 기술과 신소재, 운동 역학 등의 여러 분야가 결합된

매우 섬세한 분석과 관찰, 과학적인 데이터가 필요한 종목인 것이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프로 선수들을 제외하고

의외로 제대로 된 러닝을 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러닝 인구에 비해 그리 높지 않다고 한다.

정확한 자세와 포즈로 달리는 사람의 비율이 고작 10~20 퍼센트 정도라고 하는데

사실, 나도 이 수치에 적잖게 놀랐다.

스스로 '나는 제법 잘 뛰고 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어딘가 잘못된 자세로 달리고 있다는 말이 아닌가!


멋진 스윙 자세, 백핸드의 올바른 포즈 등

골프나 테니스 같은 운동들은 제대로 된 동작이나 자세를 강조하면서

의외로 정확한 러닝의 자세와 조건에 대해서는 무지하거나 소홀한 사람들이 많다.


마라톤을 시작하면서 러닝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된 나는

적극적으로 여러 자료들을 찾아보고

틈틈이 전문가들의 영상도 챙겨 보는 등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제대로 된 동작을 몸에 익히려고 부단히 노력 중이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를 체험해보고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올바르고 효율적인 러닝에 특히 도움이 됐던 항목이 있다면

바로 '상체 부분의 자세'이다.


달리기를 오로지 '하체의 움직임'만으로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물론, 착지법 이라든가 보폭, 무릎의 자세 등

하체의 움직임이 주가 되는 건 맞다.


하지만, 팔의 움직임이나 어깨와 척추의 자세, 상체의 기울기 등에 따라

달리기의 효율성이 얼마나 크게 달라지는지 경험한 이후에는

아직도 틈틈이 헬스장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 자세를 점검하고 확인하곤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새 예전의 익숙했던 자세로 돌아가버리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가슴을 활짝 열고 허리와 척추는 곧게!


어떤 운동 종목이든, 구부정한 자세가 바람직한 경우는 드물 것이다.

특히나 러닝은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러닝을 시작하기 전까지 사실 나는 상당히 구부정한 자세였다.

컴퓨터 앞에서나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평소에 늘 어깨와 등이 앞으로 휘고 굽어있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러닝, 특히나 장거리를 달리는 마라톤에서

뛰는 내내 어깨가 안으로 말려있고 등이 구부정한 상태라면

러닝을 마친 후 백 프로

승모근이나 상체 부위의 결림과 뭉침 등 불편함과 부작용이 느껴질 것이다.

게다가 어깨와 등이 굽어있으면 자연스럽게 가슴도 안으로 움츠러들기 때문에

충분한 산소 공급과 원활한 호흡에 지장을 준다.


이봉주, 황영조 선수 등 기라성 같은 마라토너들의 자세를 떠올려 보자.

풀코스 시작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가슴을 앞으로 쭉 내밀고 활짝 열어젖힌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마라톤에 입문한 이후로, 자체적인 노력과 훈련으로

구부정한 자세가 많이 교정된 필자는

확실히 예전보다 달리는 폼이 좋아졌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40대 중반 이후에 1.5cm가량 키가 더 커지기까지 했다.


물론, 뒤늦게 키가 자랐다기보다는

어깨와 척추가 곧게 펴지면서 숨은 키가 발견된 것이겠지만

남들은 나이 들면서 키가 줄어든다는데 오히려 더 커졌으니

이 얼마나 뿌듯하고 흐뭇한 일인가 말이다.


팔 치기는 좌우가 아니라 앞뒤로!   사진출처 티스토리


영화배우 신현준 씨가 열연한 영화 '맨발의 기봉이'를 보면

양팔을 좌우로 흔들며 달리는 기봉이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실제 인물인 '엄기봉 씨'의 스토리를 모티브로 한 영화라

아무래도 달리는 포즈도 비슷하게 흉내 낸 것이겠지만

의외로 내 주변에도 실제로 기봉 씨처럼 달리는 사람이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라곤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찍어낸 듯 똑같은 자세로 달릴 수는 없다.

체형이나 신체적인 조건 등 여러 가지 차이로 인해

조금씩 다른 자세와 자신만의 포즈로 뛰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기본적인 원칙이나 룰은 있는 법.

달리기는 기본적으로 앞으로 나가려는 움직임이다.

그런데 양팔을 좌우로 계속 흔들면 그 움직임에 방해를 주게 되고 동작을 흩뜨리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양팔을 앞뒤로 흔드는 일명, '팔 치기'는

사실 엄밀히 말하면 뒤쪽으로 팔꿈치를 보내는 행동이라고 설명하는 게 맞다.

스피드를 요구하는 스프린터에게는

앞뒤로 팔을 흔드는 큰 동작이 유리하다.

하지만, 불필요한 동작을 최대한 줄이고

에너지와 체력 소모를 최소화해야 하는

마라토너에게 중요한 건, 간결한 '팔 뒷치기'이다.


속도를 올리고 싶을 땐, 팔꿈치를 좀 더 강하게 뒤쪽으로 보내면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속도도 빨라지고 보폭도 넓어지게 된다.

당연히, 살살 무리하지 않으면서 뛰고 싶을 땐

팔 뒷치기의 강도를 줄이면 되는 것이다.


종종 많은 러너들이 흔하게 팔을 지나치게 위로 올리려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양팔의 각도는 되도록 90~120도, 11자나 약간 여덟 팔(八) 형태를 유지하며

바이킹이 움직이듯이 앞뒤로 가볍게 흔들어 주거나

작은 호를 그리며 움직여 주는 게 좋다.


계란을 잡은 듯 살짝 쥔 주먹은 너무 몸 앞으로 나오거나 위로 올리지 않도록 하면서

그저 거드는 정도로만 움직여 주고

팔꿈치는 마치 뒤에 서 있는 사람을 가격하듯이

뒤로 힘껏 당겨주는 것이 핵심이다.


한 가지 더 강조하자면 달릴 때

상체의 힘은 최대한 빼고, 아주 편하고 자연스러운 상태여야 한다.

뛰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목이나 어깨, 팔 등에 힘이 들어가는 걸 느낄 때가 있는데

마라톤처럼 장거리 달리기에서 근육이 지나치게 긴장했을 경우에 피로를 더욱 많이 느끼므로

상체가 너무 뻣뻣하지 않도록 긴장을 풀어야 한다.


또한 달리는 시간과 거리가 늘어날수록 점점 더 힘들어지다 보니

대부분의 초보 러너들은 후반부에 가면 턱을 위로 올리는 경우가 많다.

혹은 바닥에 떨어진 동전이라도 찾는 듯

아주 심하게 고개를 아래로 떨구고 달리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달릴 때의 적당한 시선은 턱을 조금 내리고

앞사람의 허리나 엉덩이 부위를 쳐다보면서 뛴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듯하다.

또한, 가슴을 활짝 열고 허리는 쭉 펴되

상체를 아주 살짝만 앞으로 기울이고 뛰는 게 효율성이 높다.




대략적인 상체의 자세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데도 주의해야 할 것들이 꽤 많다.


개인적으로, "우와, 저 사람 진짜 멋지게 달린다!" 하면서 감탄하는 경우는

러너의 올바른 상체 자세에서 비롯된다고 믿는다.


경험상, 이상적이고 바른 상체 자세를 유지하면

달릴 때 확실히 호흡이 더 쉬워진다.

좋은 자세란 어깨와 가슴을 활짝 열고

허리의 요추, 흉추를 충분히 펴는 자세다.


마라톤이나 러닝에 관심이 있는 분이 있다면

그냥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바로 시작하지 마시고

먼저 상. 하체 각 부위의 올바른 자세에 대해

꼭 숙지를 하고 몸에 익히시길 바란다.


그리하면, 당신의 러닝이 확 달라질 테니 말이다!

달리는 주자의 멋진 몸매와 포즈는 바른 상체 자세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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