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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Dec 07. 2021

Brunch는 '힐링'입니다.(2)

일상 이야기

"그새 또 글 올렸어?"

"이 사람, 완전히 푹 빠졌네."


지난 11월 4일에 브런치 팀으로부터 작가 선정 이메일을 받은 후

이제 갓 한 달을 넘긴 왕초보 작가이다.

더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훌륭한 작가 분들 앞에서

감히 명함도 내밀지 못할 만큼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래도 지난 한 달간 하루도 빼지 않고

마치 일기를 쓰듯 열심히 글을 올려왔다.


10년간 회원으로 활동하며 간간히 이런저런 글을 올리고

댓글로 친한 몇몇 회원들과 소통이나 하고 있는 온라인 카페 하나를 제외하고는

초등학생들도 다 한다는 유튜브나 블로그, 페이스북 같은 SNS 활동도 전혀 없이

서른 명도 채 되지 않는 소수정예의 카카오톡 친구들과 가끔 생사 확인이나 하면서

참으로 초라한 인맥을 유지하며 조용히 살던 섬 아낙이었다.


팬데믹 이후, '정상적인 등교'의 개념을 상실한 학교와 점점 멀어지고

집 밖을 나갈 일도 거의 없이 방 안에서 수업 듣고 놀면서

하루 온종일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거북이 녀석들과

정말 징글징글하게도 옥신각신 부딪치면서

스스로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멘탈이 너덜너덜 해질 때쯤

'브런치'가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주었다.




'우와, 구독자가 또 한 명 늘었네!'

신기하고 고맙고 가슴 벅찬 마음에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몇 안 되는 가족과 정말 몇 안 되는 주변 사람들에게

소심하고 부끄럽게 나의 브런치 활동을 알리고

마치 초짜 보험 설계사 마냥, 그들이 기꺼이 내 첫 구독자가 돼 주었다.


얼마 안 되는 글들 모두가 내겐 각각의 의미가 있지만

그래도 진심을 담아 허심탄회하게 써 내려간 글에

작지만 소중한 구독자가 한 명씩 새로 생기고

라이킷 수가 올라가는 짜릿하고 감개무량한 경험은

내 평생에 처음 느끼는 희열과 벅찬 감동을 선물해 주었다.


이젠 일상의 순간순간마다 글감을 떠올리고 구상하게 된다.

거북이 녀석들 때문에 울화가 치밀고 지쳐있을 때도

예전처럼 좌절하거나 우울해하는 대신

'이 기분을 글로 옮겨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된다.


새벽 4시에 홀로 어두컴컴한 도로를 달리면서도,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바라보면서도

'이 순간을 글로 남기면 어떨까' 자꾸 고민하고 연구하게 된다.


나의 일상을 바꿔버린 '브런치.'

나를 더욱 활기차고 밝게 만들어 준 '브런치.'

내게 사색하고 뒤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힐링의 기회를 준 '브런치.'


2021년의 끝자락에 이런 크고 황홀한 선물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아주 소중하고 아기자기한 나만의 아지트가 생긴 느낌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해외의 작은 섬에서 이웃과의 교류도 거의 없이

두 아이들과 복닥거리며 하루하루를 살던 나에게

세상 곳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많은 작가 분들과

여러 분야의 전문적이고 개성 있는 훌륭한 글들을 접할 수 있게 된 건

내게 크나큰 기쁨이자 행복이 되어 주었다.


이젠, 새로운 글이 올라왔다는 알람이 울리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오늘은 어떤 작가님이 새로운 글을 올렸을까.'

뭐라도 한 줄 써야 하는 데, 오히려 읽고 즐기는데 더 빠져있는 요즘이다.

그럼 뭐 어떤가.

작가이기보다는 독자인 것이 더 즐거우면 그걸 즐기면 되는 것이다.


구독자 수백 명 수천 명을 거느린 작가분들의 필력과

꾸준하고 열성적인 활동에 존경을 표하며

비루한 나의 작품을 읽고 응원해 주시는 구독자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오늘도 1일 1 작품 올리기 성공이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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