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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Jan 01. 2022

새해 첫날 새벽엔 역시 러닝!

운동/ 러닝 이야기

코로나가 제 아무리 기승을 부리며 그 위세를 떨쳐도

장엄하고  희망찬 새해, 새날의 기운을 막지는 못하듯이

2022년 새해 첫날의 새벽을 여는 나의 러닝 본능도

그 무엇도 멈추게 할 수 없을 만큼

여전히 뜨겁고 강렬하다.


오늘까지가 마감인 버츄얼 러닝 10킬로 미션도 완수할 겸

새벽 4시 30분 기상으로 새해를 맞는다.

사실, 네 시간도 채 못 자긴 했지만

웬일인지 몸이 무겁거나 힘들진 않다.


서늘한 새벽바람이 몸을 감싼다.

밤새 폭죽을 터뜨리고 불꽃놀이를 즐기며

요란하고 시끌벅적하게 새해맞이를 하던 사람들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있으리라.


10킬로 거리를 러닝 어플에 세팅한다.

완주 후에 스크린 샷으로 달린 기록을 보내야만

멋진 메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킬로 러닝이 시작됐다.

아직 깜깜한 어둠이 무겁게 내려앉은 고요한 트랙이 오늘의 무대이다.

무도 없는 트랙 위를 혼자서 시곗바늘처럼 돌고 돌고 또 돈다.

살갗에 닿는 새벽 공기가 상쾌하다.

빵 굽는 냄새인지 군고구마 냄새인지 헷갈리는

구수한 향기가 새벽 내음에 섞여

트랙을 뛰는 내내 코끝을 자극한다.

'거참 희한하네. 아니, 이 시간에 근처에서 누가 고구마를 굽나?'

5킬로 정도를 뛸 때까지 군고구마 냄새가 계속 따라오는 것 같았다.


1킬로가 지날 때마다 나의 평균 페이스와 케이던스가 얼마인지, 심박수와 예상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친절한 러닝 어플 언니가 꼬박꼬박 알려준다.

오늘은 왠지 기록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리가 조금씩 무거워지는 걸 느끼지만

이를 악물고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해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드디어 10킬로 미션을 끝냈다.

후반에 페이스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그냥 내 스스로 뿌듯하고 만족스럽다.

그거면 된 거다.

2022년 새해 첫날 새벽을

이불속에서 뒹굴거리며 맞이하는 대신

러닝으로 상쾌하고 흐뭇하게 시작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하고 기분이 좋다.


10킬로 러닝에 이어

마무리 조깅 4킬로를 가볍게 뛰어주고

2킬로 워킹을 끝으로 오늘의 새벽 운동은 막을 내렸다.


왠지 이제 막 시작된 올 한 해에 대해

무한 긍정과 희망, 자신감마저 생기는 아침이다.

새벽 러닝의 순기능 중에 하나이다.

러닝 자체가 우울증이나 무력감을 줄여주고 치료하는데

탁월한 효과가 있음이 의학적으로도 밝혀졌지만

특히나 새벽 러닝은

사람의 마음에 희망과 용기와 긍정적인 생각을 불어넣어 주는 마법 같은 놀라운 힘이 있다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 위에

뭐가 아쉬운지 한 조각남은 달님이

땀범벅이 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수줍게 미소 짓는 얄상한 초승달의 입매가

나를 살며시 웃게 만든다.

행복한 새해 첫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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