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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Dec 25. 2021

메리 크리스마스, 해피 러닝!

운동/러닝 이야기


세상의 모든 러너들이여!

크리스마스를 핑계로 러닝을 건너뛴다는 건

그 어떤 것 보다 위대하고 인간 중심적인 운동인

러닝에 대한 예의가 아닐지니.


오히려 이 어렵고 끝이 안 보이는 팬데믹 2년 차의 시기에

Christmas with Covid-19을 맞이하는 세상의 모든 힘겨운 이들을 위해

더욱더 적극적인 러닝으로 열렬히 그들을 응원하고 용기를 주어야 마땅할지어다.


크리스마스 데이라고 예외는 없다.

오늘도 새벽 4시 30분에 집을 나서는 40대 후반의 러닝 홀릭 아줌마는

제법 선선함이 느껴지는 열대지방의 새벽 공기를 가르며

두 시간 동안 비지땀을 쏟으면서

감사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크리스마스 새벽 러닝을 즐긴다.


오늘의 훈련 장소는 트랙이다.

사실, 안전하고 쾌적한 러닝을 위해 트랙만큼 좋은 환경은 없을 것이다.

일반 시멘트 바닥과는 달리 우레탄으로 시공된 트랙에서의 러닝은

확실히 무릎이나 발목에 가해지는 충격이 덜하고

달릴 때의 피로감도 일반 바닥에 비해 현저히 낮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도로나 산길을 달릴 때 보다 트랙에서의 러닝이

그다지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기록이 훨씬 더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러닝을 거르지 않으면서도 무릎과 발목, 인대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적당한 휴식 같은 운동을 하고 싶을 때 종종 트랙에서의 러닝을 선택하곤 한다.


황홀한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를 느낄 수도 없고

대도시의 화려하고 눈이 휘둥그레지게 휘황찬란한

불빛들의 퍼레이드와 비교하면

초라하고 촌스럽기 짝이 없는 열대기후 작은 섬의 크리스마스트리 위에도 

어느덧  한 해 동안의 감사함을 품은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살포시 내려앉아 조용히 반짝이고 있다.

유난히 화려한 대도시의 크리스마스를 구경한 지가 언제이던가.

이제 기차는 2021년의 종착역에 들어서고 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 해.

여전히 팬데믹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없고

코앞으 다가온 2022년도 전혀 예측 불가능하다.


하지만 우리는 삶에서 어떠한 경우라도 '희망과 기대'라는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

'이제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견디면 되겠지.'

'내일은 오늘보다 낫겠지. 마지막 힘을 쥐어짜서 달려보자.'


마라톤을 즐기는 러너로서  필수적으로 해야 할 훈련이 있는데

바로 '젖산 역치 운동'이다.

지구력과 기초 체력을 기르기 위해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하듯

자신의 체력과 운동 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고

기록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한 훈련이다.


지만 개인적으로, 젖산 역치 운동은 참 고통스럽고 힘들어서 어지간하면 하고 싶지 않은 훈련이다.


이를테면, 10킬로 러닝의 막바지에서

마지막 1~2km를 남겨놓고는 자신의 체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쥐어짜서

전력 질주를 하는 식의 훈련법인데, 내겐 결코 쉽지 않은 훈련이다.

이를 악물고 다리를 질질 끌며 겨우겨우 달려온 코스의 마지막 순간에

거의 남아있지도 않은 에너지를 쥐어짜 내서 전력질주를 해야 한다는 건

차라리 뛰는 걸 관두고 포기하고픈 마음이 들게 할 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과정이다.


하지만 그런 훈련과정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속도나 거리등의 기록 향상은 물론이고

자신의 체력에 한계를 뛰어넘는 효과를 가져오는 훈련이기도 하다.


우리의 삶에서도 종종 젖산 역치 훈련이 필요할 때가 있다.

모든 걸 그만두고 포기하고 싶어질 만큼 힘들고 숨이 차 오를 때

오히려 더욱더 집중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마지막 남은 에너지를 모두 끌어모아 최선을 다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다.

더 이상은 가망이 없고 이제 끝이구나 싶을 때

한계 상황에 도전하며 내 밑바닥 어딘가에 잠재되어 있을지 모르는 능력을 찾아서 깨워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마라톤을 즐기는 중요한 이유들 중 하나가

바로, 여러 가지 훈련들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러닝 스킬이나 기록 향상 외에도

삶에 대한 자세와 인생의 철학을 배우고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언덕 훈련을 할 때, 장거리 훈련을 할 때

그리고 인터벌 훈련이나 젖산 역치 운동을 할 때

각기 다른 훈련을 할 때마다 느끼는 바가 참으로 크고 다양하다.


크리스마스 새벽에도

2021년의 마지막 날에도

그리고 2022년의 첫날에도

나는 변함없이 항상 달리고 있을 것이다.

트랙이든 산등성이든 깜깜한 도로든

어디서든 달리고 있을 것이다.


이 세상의 수많은 러닝 홀릭 들과

앞으로 러닝의 매력에 빠질 예비 러너들을 위해

저물어가는 아쉬운 크리스마스 저녁에 늦은 인사를 보낸다.

Merry Christmas and Happy run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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