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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Jan 11. 2022

천연 비타민 씨 배달이요!

비타민 씨 예찬

그녀가 왔다!

진초록의 텐져린을 미어터지게 가득 담은 봉지를 들고

집 앞 나무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갓 따온 것들이라며

아침 햇살 같이 환한 미소와 함께 그녀가 우리 집을 찾았다.



팬데믹 이후, 건강한 삶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덕분에

주말이나 휴일이 되면, 어김없이 비치 바비큐와 맥주 파티로 흥청거리느라

고도비만과 운동부족이 일상인 이곳 원주민들 사이에서도 걷기 운동 열풍이 부는가 하면

축구, 사이클, 테니스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긍정적인 변화가 생기게 됐다.


면역력과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져서

예전에는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각종 비타민이나 건강 보조제 등이

진열대에 오르기가 무섭게 장바구니에 쓸어 담는 사람들이 늘어난 덕분에

이 작은 섬의 약국이나 대형 마켓에서 조차 찾아보기가 어려워진 점도 새로운 변화 중 하나이다.


올해 5월 말경에는 아이들 여름 방학을 맞아

무려 2년 전부터 계획했던 가족 여행을 가야 하는 중요한 스케줄이 있는 고로

해가 바뀌면서부터 온 가족의 면역력 높이기와 몸만들기에 돌입했다.


미국에 계신 시부모님과 한국에 계신 친정 엄마

그리고 사이판에 사는 우리 네 식구가 만나서 함께하는 제법 규모가 큰 여행이라

사전에 준비하고 신경 쓸 일들도 많아서

벌써부터 남편은 이것저것 예약을 알아보고 챙기며 본격적인 여행 모드에 돌입했다.


그 와중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팬데믹 시국에 비행기를 타고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하는 타이트하고 강행군일 수밖에 없는 일정상,

첫째도 둘째도 가족 모두의 건강하고 무탈한 여행을 위해

미리미리 면역력과 기초 체력을 높이는 등

건강에 관련된 부분을 사전에 철저히 신경 쓰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3주 전부터는 평소보다 용량을 늘린

고용량 비타민 씨 요법을 가족 모두에게 실시하고 있고

여행 중에도 고용량 비타민을 계속 섭취하면서 이동할 계획에 있다.


비타민 씨가 만병 통치약은 아니지만

면역력 증강과 피로 해소,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는

이만한 게 없다는 걸 직접 몸으로 체험을 하고 느꼈기 때문에

고용량 비타민 씨 섭취에 대한 나의 믿음은 확고하다.

물론, 전문가들의 글이나 영상 등도 참고하면서 늘 공부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에 운동과 건강한 식단에 대한 관심이 지대한 나였기에

요즘은 들여다보는 책이나 둘러보는 영상들이

거의 건강에 관련된 것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그 효능을 인정하고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없는 것이

바로 비타민 씨 메가도스 요법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나는 비타민 씨 예찬론자인 것이다.


마치 그런 요즘의 내 관심사를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그녀는 싱싱하고 귀한 천연 비타민 씨를 품에 가득 안고

아침부터 상큼한 비타민 씨 배달을 온 것이다.



한국 스타일의 매끈한 오렌지색 귤만 보아오던 나에게

이곳에서 나는 로컬 텐져린은 처음엔 생소하기만 했다.


'저게 텐져린이라고? 껍질은 두껍고 울퉁불퉁한 데다

아직 제대로 익지도 않은 것처럼

푸르뎅뎅한 저것이 내가 아는 그 텐져린이라고?'


그리고 실제로 한 두 개 맛을 본 로컬 텐져린은

새콤 달콤한 한국 귤에 익숙한 내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았다.

크고 굵은 씨까지 잔뜩 들어있는 로컬 텐져린은

내게는 그냥 땅바닥에 굴러다녀도 거들떠보지 않을 정도의

그다지 관심 없고 가치 없는 과일이었다.


집 앞 정원 나무에 텐져린이 잔뜩 열렸는데

과즙도 풍부하고 시지도 않으면서 너무 달고 맛있다고

나한테도 가져다주고 싶다는 그녀의 전화에

처음엔 그다지 기대를 하지 않았었다.


다만, 요즘 비타민 씨 섭취에 잔뜩 신경을 쓰고 있다 보니

맛보다는 영양 면에서

아무래도 천연 비타민 씨 섭취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마음 씀씀이도 넓고 손마저 큰 그녀는

비닐봉지가 미어터지도록 한가득 텐져린을 담아서

끙끙 거리며 우리 집으로 올라왔다.


"우와~ 뭘 이렇게나 많이 가져오셨어요?"

"이걸 언제 다 먹어요?"


웃으며 그녀를 맞이한 후, 상큼한 민트 티 한잔을 그녀 앞에 내놓는다.

아이들을 학교에 내려준 후에 집 근처 베이커리에서 사 온

고소한 웰빙 견과류 머핀과 차를 곁들이면서

그녀와의 즐거운 아침나절 수다가 이어졌다.


아이들이 등교하고 난 후, 아침나절의 여유로움 속에서

좋은 사람과의 티 타임과 수다 한 스푼은

가끔 생활의 작은 활력소와 비타민이 되어주기도 한다.


"엥? 이게 이렇게나 맛있었던가요?"

"어쩜, 이렇게 쥬시 하고 상큼하죠?"

"씨도 거의 없고 많이 시지도 않고 맛있어요!"


큰 기대 없이 울퉁불퉁하고 억센 껍질 속의 텐져린을 맛 본 순간

의외의 맛에 깜짝 놀랐다.


내가 알던 예전의 시큼하기만 하던 맛이 아닌

달고 상큼한 텐져린을 앉은자리에서 몇 개나 해치웠다.

그러고 나니 갑자기 그 텐져린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고

무척이나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요즘 하루에 4g에서 6g 이상씩 섭취하고 있는

비타민 씨 가루나 알약에 비할 수 없는

싱싱하고 풍부한 자연의 맛을 가진 천연 비타민 씨가 내 몸을 깨우는 걸 느꼈다.


진심으로 그녀에게 감사하다고

내가 알던 그 텐져린이 아니었다고

아무래도 그 집 터가 좋은 모양이라고

웃으면서 전화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내가 좋았다니 자기가 더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며

다음번에 시간 되면 또 한 번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텐져린을 따다 주겠다는 그녀에게서

진심으로 따뜻하고 훈훈한 정을 느꼈다.


아, 물론 그녀에게 한번 더 천연 비타민 씨 선물을 받고 싶어서

의도적으로 오버한 건 절대 아니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아껴서 먹고 있는 천연 비타민 씨를

오늘도 한 입 넣고 눈을 감아본다.

입안에서 톡 터지는 과즙이 천국을 느끼게 한다.

당장에라도 하프 마라톤을 뛰고 올 수 있을 것만 같다.


천연 비타민 씨의 기운으로

오늘도 에너지 넘치는 상큼한 하루를 시작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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