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라토너 거북 맘 Feb 20. 2022

글을 쓰기엔...

일상 이야기

"요새는 통 글이 안 올라오던데요?"

"새로운 글, 안 쓰시나 봐요?"


작년 11월 초에 작가 승인을 받은 후

올해 1월 26일까지 나름대로 열심히 글을 쓰려고 노력해왔다.


특수하고 전문적인 주제로 글을 쓰는 사람도 아니고

블로그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을 같이 운영하면서

수백, 수천 명의 구독자를 거느린 스타 작가도 아닌지라

내가 글을 올리든 말든

집필활동을 계속하든 이대로 절필을 하든

관심 갖고 신경 쓸 사람이 없다는 건 새삼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이 당연한 일일 게다.


그나마 내 주변의 지인 몇 명이

지나가는 말로 넌지시 왜 요즘은 글이 통 안 올라오는지 물을 뿐...


당연하지 않은가.

이 브런치에만 해도 수천 명의 작가들이 끊임없이 글을 올리고 있고

새로운 작가들이 매일같이 참신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이기도 하지만 또한 구독자이기도 한 탓에

매일같이 관심작가들의 새로운 글이 업데이트됐다는

 알람이 띠링띠링 울릴 때마다

비록 내가 작품 활동을 하고 있진 않지만

처음엔 그들의 작품을 꼬박꼬박 읽고

라이킷도 열심히 눌렀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마저도 부담스럽고 의미 없게 느껴졌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렇게 거의 한 달 동안

나는 의도적이고도 한편으로는 본의 아니게

브런치와 점점 거리를 두고 멀어져 가고 있었다.


마음속에 왠지 모를 약간의 부채감 비슷한 것이 전혀 없진 않았지만

내 일상생활 자체가 그런 감정에 얽매여 있을 만큼 한가하거나

무료하고 지루함을 느낄 만큼 여유롭지 않았던지라

시간은 마치 빠르고 거센 물살처럼 그렇게 잘도 흘러갔다.


그렇다.


글을 쓰기엔

작품 활동보다 더 내 관심을 끄는 일들이 주변에 많았고

글을 쓰기엔

나의 일상이 갓 잡아 올린 팔딱거리는 생선처럼 활동적이고 분주했던지라

조신하게 가만히 앉아서 글감을 고민하고

머리를 쥐어짜며 작품을 위해 할애할만한

시간과 에너지가 없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글을 쓰기엔

왠지 모르게 브런치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처음과 같지 않은

초심을 잃은 나 자신 때문에

선뜻 진솔한 이야기를 펼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부지런하고 바쁘게 하루하루를 수놓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어김없이 새벽 4시 40분쯤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어둠 속을 야무지게 달리고 들어와서

거북이들의 등교 준비와 도시락까지 싸고 있고

종종 저녁 식사 이후에도 뛰어나가서

야간 러닝을 하고 있으며

예전보다 더 열심히 주말 러닝 이벤트와 경기에 참가하며

개인 기록도 앞당기고 점점 더 강하고 빠른 러너가 돼가고 있다.

점점 더 강해지고 빨라지는 거북 맘


어디 그뿐인가.

지난주부터는 새로운 타이틀 하나가 더 생겼다.


바로 '한글을 가르치는 거북 맘'이다.


남태평양의 이 작은 섬에서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 번, 매주 금요일 저녁마다

무료 한글 교실에서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운영하시는 커피숍을

감사하게도 저녁 7시부터 사용할 수 있게 허락해 주신

뜻을 함께하는 분이 계셔서

덕분에 매주 커피 향 가득한 곳에서 한글 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비록 무료 교실이지만

강의의 퀄리티와 학습 자료 등은 최고이고 싶은 욕심에

오히려 이것저것 개인적인 지출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뭔가 무거운 책임감과 뿌듯함마저 드는 게 사실이다.


첫 수업에서 한글 창제의 역사와 한글의 기본 원리, 세종대왕 등

이런저런 기본적인 이야기들을

파워포인트 화면으로 만들어 외국인들에게 설명하다 보니

뭔가 설명할 수 없는 뜨거운 감정이 가슴속에서 올라옴을 느끼기도 했다.


"여러분들이 한국말을 배우기 위한 방법으로

그냥 쉽게 주변의 한국 친구 하나 사귀어서

그들의 대화를 흉내 내고 따라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그런 방법으로는

아주 얕고 부분적인 지식밖에는 배울 수가 없다."

"비록, 처음에 익숙해지는 과정은 힘들겠지만

일단 기본을 제대로 충실하게 닦아놓으면

여러분들의 한국어 실력은 바람대로 아주 자유롭고 유창 해질 것이다."


첫 수업을 들으러 온 외국인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니

모두들 수긍하며 사뭇 진지한 분위기가 되었다.


한글 가르치는 거북 맘


두 거북이 녀석들은 여전히 좌충우돌이지만

그래도 녀석들은 기특하게도 조금씩 자라고 있다.

특히, 엄마 찬스로 한글 교실의 청강생이 된 두 녀석은

엄마가 매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글을 가르치는 모습을 지켜보더니

뭔가 신선한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여전히 나는 러너로서 달리고 있고

이젠 나름대로 책임감을 가지고 봉사활동도 시작했다.


글을 쓰기엔...

이 거북 맘이 너무 바빠졌다.... 이 말이다.


하지만

'글 쓰는 거북 맘', '작가, 거북 맘'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래도 틈틈이 최선을 다해서 작품 활동을 해야겠다...


이런 각오를 다지며 반성하고 있는 일요일 오후이다.


아자아자, 거북 맘 파이팅이다!


작가의 이전글 함께 달리는 거북 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