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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라토너 거북 맘 Apr 26. 2023

인생은 마라톤? 일상이 마라톤!

러닝에 진심인 어느 50대 섬 아줌마의 일기

이 얼마만인가, 브런치에 다시 글을 발행하는 것이...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써야겠다는 마음은 점점 희미해지고

결국 이대로 내 브런치 계정을 닫아야 할 날이 곧 오겠구나 싶던 요즘이었다.


오랜만에 컴 앞에 진지하게 앉아있는 집사가 못마땅한 듯

포동포동 살찐 냥이 녀석들이 떡하니 마우스 패드 위에 자리 잡고 누워서

수개월만의 집필을 방해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져 온다.

'그래 맞아, 나 작가였지...'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고 용기를 내는 데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뜻밖의 계기가 있었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더라도 매일 조금씩 글을 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여러 선배 작가님들이나 전문가들의 이 조언이 맞다는 걸 알면서도

억지로 쥐어 짜내듯 써 내려가는 글은

결국 스스로 용납이 안되고 실망스러워했던 예전 경험들 때문에

소재가 고갈되거나 특별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도저히 글을 쓸 기분이 나질 않았다.

작가의 진정성이나 글에 대한 자부심이 결여된 작품에서는

독자들 역시 어떠한 감동이나 재미를 느끼기 힘들 것이라는

나만의 어쭙잖은 신념 같은 것도 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작년 여름 가족 여행 중

캐나다에서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을 글로 남겼던 작품에

어떤 작가님이 최근에 댓글을 남겨주셨다.

보아하니 달리기에 꽤나 진심인 듯한데

평소에 달리는 코스나 경험, 달리고 난 후의 분석과 리뷰 같은 것을 글로 남겨 보면 어떻겠냐는...


눈이 번쩍 뜨이고 갑자기 어디선가 종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마라톤에 입문한 지 몇 년 안 되는 초보인지라

아직 공식적인 풀코스 마라톤 대회 참가 경험도 없고

그저 달리는 게 좋아 주야장천 뛰어다니는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이라서

'이게 과연 얘깃거리가 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던 게 사실이다.


게다가 작은 섬, 사이판의 러닝 동호회 멤버로서 크고 작은 대회에 참가해 가며

평일에는 새벽 4시 30분부터 달리러 나가고

주말에는 장거리 훈련 등으로 온통 러닝에 미쳐 살다 보니

도저히 차분히 앉아 글감을 고민하고 연구할 시간과 체력이 남아있질 않기도 했었다.


하지만, 내 일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러닝에 관한 글이라면?

여행을 가든 드라이브를 하든, 어디서든 달리기를 떠올릴 만큼

모든 애정과 관심이 쏠려있는 것에 대한 이야기라면?

드디어 뭔가 동기부여가 되고 슬슬 시동이 걸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이 자리를 빌어서 한때 절필까지 고민했던 부족한 작가에게

다시금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와 희망을 주신

https://brunch.co.kr/@@7Kvb아트노매드 함혜리 작가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다.


1974년생이니, 방년 50세라고 해야 할지 아직은 마흔아홉이라고 해야 할지...

오로지 풀코스 마라톤 도전과 완주에 대한 강한 열망으로 똘똘 뭉쳐

때로는 스스로 단내 나게 고된 훈련에 매진하며

러닝에 진심으로 환장한 작은 섬구석의 아줌마.


국내외의 러닝 관련 유튜브 채널이나 블로그 등을 봐도

거의 90프로 이상이 남자 러너분들이거나

아니면 젊은 아마추어 여성 러너 분들 또는 프로 선수 출신들이 주류를 이룬다.


이제 한국도 미국이나 유럽, 일본처럼 러닝 인구가 늘어서

요즘 보면 여성 러너분들도 제법 많아진 추세이긴 하지만

중년 여성의 러닝 이야기를 소재로 한 채널이나 작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아침저녁으로 늘 눈만 뜨면 달리는 게 일상인 나에게

이보다 더 완벽하고 편한 소재가 또 있을까.


달리기에 대한 특별한 비법이나 기술, 대단한 내용을 기대하지는 마시라.

밥 먹고 잠자듯, 늘 달리는 게 일상인 평범한 중년 아줌마의 못 말리는 달리기 사랑,

달리면서 느끼는 희로애락, 좌충우돌 경험담들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며

소소하고 잔잔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사랑방의 역할 정도는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흔히들 우리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다른 어떤 운동들보다 마라톤은

제대로 철저하게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절대 무사히 완주하기 힘든 정직한 운동이다.

하지만 사전에 이미 준비가 됐다 해도 실제 대회에서 달리는 동안

생각지 못한 변수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며

무리해서 욕심을 부리고 갖은 꼼수를 동원한다 해도

결코 내 맘대로 되지 않는

대단히 힘들고 어려운 스포츠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마라톤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겸손과 절제를 배우게 될 줄 몰랐고

머리끝부터 발가락 하나하나까지

내 몸에 대해 이토록 깊이 감사하게 될 줄 몰랐다.


평범한 50대 섬 아줌마의 일상이

마라톤의, 마라톤에 의한, 마라톤을 위한 날들로

하루하루 성실하게 채워져 가는 과정을 여러 독자분들과 함께하며

무기력함과 우울감에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작은 힘이 될 수 있길 소망해 본다.


오늘따라 결코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고

고집스럽게 끝끝내 버티고 있는 두 냥이들을 피해 가며

사이판 아줌마의 마라톤 일기를 시작해 본다.

얘들아, 좀 비켜줄래?


아자아자, 빠쌰~~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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