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취
까까머리 산골 소년을 닮은 수리취. 정상을 향해 숨을 몰아쉬던 길, 문득 눈길을 사로잡는 풀꽃 하나에 시선이 닿았다. 산 아래를 바라보며 서 있는 모습이 어찌나 정겨웠는지 절로 웃음이 터졌다.
꽃이라 부르기엔 어딘가 촌스럽다. 밤송이 같은 둥근 머리에 거미줄처럼 엉킨 하얀 털까지, 우스꽝스럽지만 보면 볼수록 친근한다. 수리취는 떡취, 산우방, 개취라고도 불린다. 어린잎을 떡에 넣어 만든 수리취절편이 유명하다지만, 아직 그 맛을 보지 못했다. 이 수수한 들꽃의 얼굴처럼 산의 바람을 닮아 있을 것만 같다.
여명의 빛 아래 선 수리취는 산골 소년처럼 순박하고 맑다. 그날 이후 수리취를 좋아하게 됐다. 꽃 봉오리는 차츰 중심이 넓어지며 검은빛을 머금은 자줏빛을 뿜어낸다. 꾸밈이 없는 촌스러운 얼굴이지만 담백하다. 화려한 꽃들은 처음엔 눈부시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찬란함이 점점 옅어진다. 그러나 수리취는 시든 모습도 소박하다.
겨울날, 밤송이 같은 머리에 성에가 내려앉은 수리취, 마을을 향해 씨앗을 겨울바람에 실어 보내지만, 결국 산중턱 어딘가에 뿌리를 내린다. 때로는 산 아래 아스라이 보이는 마을을 그리워하듯 우두커니 서있다. 묵묵히 산을 지키며 홀로 겨울을 견딘다. 수리취는 산을 지키는 고독한 들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