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떡풀
한라산 절벽에 하얀 꽃을 피우는 바위떡풀. 이끼 낀 바위틈에 뿌리를 내렸지만, 깊이 파고들지 못해 점점 가늘고 짧아진 뿌리. 그러나 포기하지 않은 생명의 빛은 달도 별도 되지 못한 채, 가을의 문턱에서 눈물처럼 하얗게 피어난다.
그 무엇도 될 수 없는 운명은 소녀의 고운 머릿결 위에서 머리핀이 되고, 당신의 허름한 가을옷 위에서는 소박한 브로치가 된다. 별보다 달보다 더 담백한 선물처럼, 바위떡풀은 조용히 사람들 마음에 스며든다.
바위떡풀은 범의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습한 바위에 기대어 자란다. 하얀 꽃잎은 은은한 붉은빛이 감돌며, 위쪽 세 장의 꽃잎은 짧고 아래쪽 두 장의 꽃잎은 길어 ‘大’ 자를 닮았다 하여 ‘대문자초’라 불린다. 잎이 넓고 호랑이 귀를 닮았다 해서 ‘광엽복특호이초’라는 별칭도 있다.
가을에 피는 꽃들은 대개 눈에 잘 띄는 색으로 계절을 채운다. 청보랏빛, 자줏빛 꽃들이 흐드러져 자손을 퍼뜨릴 때, 바위떡풀은 한 줌의 흙도 없는 바위 위에서 가느다란 줄기로 힘겹게 미래를 이어간다.
습한 바위에 뿌리를 붙이고, 척박한 자리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꿋꿋한 꽃. 그래서일까, 바위떡풀의 꽃말은 ‘절실한 사랑’이다. 마치 간절한 마음을 품고 피어나는 듯하다.
바위떡풀은 이슬과 햇살을 먹고 살아간다. 그 모습은 '우츄프라카치아'를 닮았다. 결벽이 강해 누군가의 끊임없는 애정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상상의 식물.
우리 역시 누군가의 애정 속에서 살아가고, 누군가에게 애정을 기울이며 하루를 버틴다. 식물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관심과 사랑이 닿는 곳에서, 그들은 다시 청초하게 피어난다.
우리는 누구의 우츄프라카치아일까. 그리고 당신의 우츄프라카치아는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