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잔대
땡그랑! 땡그랑!
스산한 바람이 불기도 전에, 가을을 알리는 은은한 꽃의 울림이 들려온다. 강원도에 금강초롱꽃이 있다면, 제주에는 섬잔대가 있다.
가을은 가장 높은 곳에서 청아한 소리를 내며 우주의 만물을 깨우나 보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무렵, 한라산 백록담에는 자그마한 꽃대를 올리고, 모진 바람 속에서 은은한 종소리로 잔잔히 퍼져나간다.
새벽녘 샛별처럼 피어나는 꽃, 하늘 우물을 길고 또 길어 파리해진 빛깔로 별을 담는 섬잔대. 청아한 울림으로 꽃을 피우고 싶어서일까. 아니면 은은한 소리로 자연의 숨결을 전하고 싶은 까닭일까.
입추가 지나면 한라산 백록담에는 가을꽃들이 하나둘씩 봉오리를 터뜨린다. 쑥부쟁이, 물봉선이 산자락을 물들이며 계절의 변화를 알린다. 그중에서도 '섬잔대'의 종소리에 가을은 한층 겸허해진다.
섬잔대의 은은한 종소리는 백록담을 돌아 협곡을 지나, 마루금을 타고 마을로 내려와 이내 우리의 마음을 두드린다. 가을은 깊어가고, 오름마다 울려 퍼지는 종소리에 가을의 기도가 시작된다.
거센 바람이 불수록 더욱 청아해지는 섬잔대의 울림.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가을의 문턱에서 하늘 한번 올려다보자. 하늘 가득 맑게 울려 퍼지는 땡그랑 소리에, 우리는 자연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 음악가가 된다. 비록 고단한 몸은 헐벗어도 마음은 하늘 우물보다 깨끗할 수 있는 영혼을 지닌 우리네...
그저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감사할 줄 안다면, 어디서든 풀 한 포기, 들꽃 한 송이가 마음 한 모퉁이에서 꽃을 피울 테지... 이처럼 자연은 우리에게 늘 아름다움을 전하기도 하고 감사하는 법을 일깨운다.
섬잔대의 키는 약 20cm 남짓, 여러해살이풀이며 초롱꽃과 잔대 가족이다. 잔대 종류로는 당잔대, 층층잔대 등이 있다. 섬잔대는 한국특산식물로 제주에 분포한다. 이름 그대로 섬에서 자생하는 잔대란 의미다.
백록담에서 부는 가을바람이 시나브로 마을 어귀를 지나 바닷가에 닿으면, 갯바위에도 가을꽃으로 곱게 물들인다. 가을은 청아한 소리로 자연을 노래하는 영혼의 계절. 그 청아한 소리에 어지러운 마음이 한 겹씩 씻겨나가듯, 섬잔대의 종소리처럼 맑아지는 가을날이 펼쳐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