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붓꽃, 그 아련한 봄빛

들마다, 산마다 봄빛이 가득 넘실댄다. 가느다란 실바람이 봄볕에 취한 듯 어디론가 꿈결을 흘러가고, 온 세상은 살랑이는 빛결에 물들어 간다.


왕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리자, 산빛마저 화사하게 물든다. 콩콩 뛰는 가슴을 안고 그 길을 달려간다. 이러다 사랑하는 이를 만나기도 전에 숨이 벅차 쓰러질 것만 같다. 봄날의 설렘이란, 이토록 가슴 벅찬 것일까.


온 세상이 봄빛에 물들고, 발걸음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사뿐사뿐 가볍다. 샛노란 유채꽃물결이 일렁이는 들녘을 따라 걷다 보면, 청잣빛으로 나풀거리는 각시붓꽃과 마주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찰나의 그 만남조차 황홀하다.


마른 억새풀 사이로 숨어 화사하게 피어난 각시붓꽃. 그 모습이 어찌나 고운지 약속한 적도 없건만, 때가 되자 어김없이 찾아왔다. 자그마한 키로 바람을 타며 나들이 나온 듯한 모습. 그 가냘픈 꽃잎을 손끝으로 살짝 건드리면, 청잣빛 눈물 고이듯 아련한 빛이 스며든다.


바로, 각시붓꽃. 너로 인해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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