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족두리풀, 봄빛 속으로 시집가다

노란빛, 하얀 춤결, 푸른 물결이 일렁이는 제주의 4월.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며 화사한 봄빛으로 문을 연다. 한라산 자락에는 목련 향기가 은은하고, 왕벚나무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린다. 샛노란 유채꽃물결 따라 상춘객의 마음도 화사한 빛으로 물들어 간다. 이때쯤 풀꽃들도 하나둘 곱게 단장하며 시집갈 채비를 한다.

연둣빛 물결이 하늘거리며 숲을 감싼다. 그 속에서 앙증맞은 풀꽃 하나가 족두리를 곱게 쓰고 수줍은 새색시처럼 고개를 든다. 작은 꽃잎에 사랑의 징표를 펼치며 시집을 가는 꽃, 각시족두리풀이다.

아가야 손톱만 한 연초록 잎들이 나뭇가지마다 돋아나 봄을 입히노라면, 그 아래 그늘진 숲 속에서 각시족두리풀이 어여쁘게 피어난다. 한 올 한 올 단정히 빗어 내린 새색시의 머리카락처럼, 꽃잎도 살포시 땅에 내려앉는다.


쥐방울덩굴과의 여러해살이풀인 각시족두리풀은 그늘진 산속에서 자란다. 심장 모양의 잎은 마치 작은 양산처럼 햇빛을 가리고 있다. 동그란 화통 같은 꽃잎 끝이 세 갈래로 갈라져 뒤로 살짝 젖혀진 모습, 그것이 족두리를 닮았다 하여 ‘족두리풀’이란 이름이 붙었다.

꽃잎 속을 들여다보면, 열두 개의 수술이 여섯 개의 암술을 감싸 안고 있다. 꼭 보석을 품고 있는 듯, 은은한 빛이 깃든다. 족두리풀의 식구들도 다양하다. 개족두리풀, 무늬족두리풀, 금오족두리풀, 자주족두리풀…. 그중에서도 각시족두리풀은 한국 특산식물로, 주로 제주와 남부 지방의 그늘진 숲 속에 자리한다. 보호 식물 중 하나로, 아담하고 소담한 모습이 꼭 품에 안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다.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땅에 바짝 몸을 낮춰 피어나는 꽃. 그 위로 펼쳐진 잎들은 하늘을 향해 곧게 선다. 옛 선인들은 아담한 이 꽃을 ‘각시’라는 이름을 붙였다. 풀꽃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고, 그 모습과 의미를 헤아려 이름을 지었던 조상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각시족두리풀은 가장 낮은 자세로 몸을 낮춰야 비로소 그 숨겨진 보석을 보여준다. 어쩌면 세상을 품으려면 먼저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4월, 족두리를 곱게 쓴 새색시는 숲 속으로 조용히 시집을 간다.

keyword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