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처럼 단아한 꽃, 솜나물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드는 오름, 바람이 살며시 내려앉는 그곳에 솜나물이 피어난다. 마치 국화꽃을 축소해 놓은 듯한 작은 얼굴, 그러나 그 안에 계절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봄과 가을, 두 계절에 꽃을 피우는 이색적인 들꽃이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스쳐 지나갈 만큼 작고 소박하지만, 그 안에는 자연이 빚어낸 단아한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 10~20cm 남짓한 키로 자라며, 꽃자루와 잎을 감싸는 보드라운 솜털은 따사로운 햇살 아래에서 은은한 윤기를 띤다.

이 고운 털이 있어 '솜나물'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솜다리, 솜방망이, 솜양지꽃처럼 '솜'이라는 이름을 붙은 식물들은 하나같이 포근한 질감을 지니고 있다. 솜나물은 어린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어 더욱 친근하다.


가장 매혹적인 순간은 봄날, 꽃이 피어날 때다. 국화처럼 하얗게 펼쳐진 꽃송이, 그러나 꽃잎 뒷면엔 수줍은 듯 분홍빛이 스며 있다. 그 은은한 빛이 깊이를 더한다. 하지만, 봄에 피는 꽃에는 씨앗이 맺히지 못한 채 시들고 만다.

솜나물은 여름을 지나며 몸을 더 키운다. 줄기는 30~60cm까지 자라나고, 가을이면 다시금 꽃봉오리를 맺는다. 그러나 다른 방식이다. 꽃잎을 닫은 채 피어나는 '폐쇄화', 그 속에서 조용히 자가수정을 마친다. 그리고 어느 날, 민들레처럼 둥근 홀씨를 맺는다.

솜나물=.JPG 가을에 핀 '솜나물'(폐쇄화)

둥글게 모여 있던 홀씨들은 바람이 타고 하나둘 날아간다. 마치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듯, 들판으로, 오름으로, 때로는 알 수 없는 어딘가로 흩어진다. 그 작은 씨앗들이 어디에 닿아 다시 뿌리를 내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솜나물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 땅 속에서 다시 봄을 준비한다.

어디선가, 아주 작은 꽃송이가 다시 고개를 들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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