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갯짓하는 꽃, '수염가래'

여름이 시작될 무렵, 작은 습지에 수염가래꽃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이름 모를 새들이 날아와 물가를 노니는 듯, 앙증맞은 꽃잎은 가녀린 날개를 퍼덕이며 바람을 탄다.

수염가래꽃이 피었다는 소식에 마음이 설렌다. 몇 번이고 만나왔던 꽃이지만, 이번에는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올해는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마음이 새처럼 날아오른다.

자그마한 꽃이라 더욱 세심히 바라보아야 한다. 꽃잎 반쪽을 활짝 펼친 모습, 보일 듯 말 듯한 꽃술, 그 미묘한 곡선을 온전히 담아내야만 비로소 아름다운 새의 부리가 완성된다.

수염처럼 보이는 꽃술 때문에 '수염가래꽃'이라 불리지만, 나는 이 꽃을 ‘날아오르는 꽃’이라 부르고 싶다. 다른 이름으로 세미초(細米草), 과인초(瓜仁草), 반변련(半邊蓮)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한 마리의 새처럼 보일 뿐이다.

다섯 개의 꽃잎을 활짝 펼치면 마치 우아한 학이 몸을 펴는 듯하다. 고고한 학이 되고 싶은 까닭일까, 우아한 백조의 꿈을 간직한 탓일까. 자유를 갈망하는 꽃, 하늘을 동경하는 꽃이다.

수염가래꽃은 습지를 좋아한다. 그러나 늘 물에 잠겨 있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축축한 땅 위에서 하늘을 향해 피어나기를 원한다. 그래서일까, 그들이 피어나는 습지에는 늘 백로가 날아든다.

습지를 찾아간 어느 날, 백로 한 마리가 날개를 펴며 멀리 날아간다. 그 순간, 마치 꽃이 날아오르는 듯 착각이 든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여전히 수염가래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날아오르고 싶었으나 날 수 없었던 꽃. 자유를 꿈꾸었으나 땅을 기며 뿌리를 내릴 수밖에 없는 꽃.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날갯짓하는 꽃.

하늘을 향한 갈망이 깊을수록, 수염가래꽃은 더욱 고운 날개를 펼친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 속에서도, 그 꿈을 저버릴 수 없기에 쉼 없이 날갯짓하는 꽃.

그 작은 꽃잎 위로 바람이 지나가면, 마치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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