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창한 여름 숲 속으로 발걸음을 들이면, 푸른 이파리들이 하늘을 가린 그늘 아래, 눈처럼 하얀 자그마한 꽃이 살며시 모습을 드러낸다. 서두르는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빠르게 지나쳐 버리면, 그 섬세한 아름다움을 알아차릴 수 없기에.
그러니 천천히 걸어보자. 나뭇잎 사이로 부서지는 햇살을 받으며, 숲의 푸르른 향기를 깊이 들이마시며.
그러다 문득, 발끝에 살포시 내려앉은 순백의 꽃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호자덩굴은 작지만 기품이 있다. 앙증맞은 꽃잎에 고귀한 기운이 스며 있다.
꽃봉오리일 때는 연한 분홍빛을 띠다가, 꽃이 활짝 열리면 가장자리에만 희미한 분홍빛이 스며든다.
줄기는 옆으로 뻗어나가고, 마디마다 뿌리를 내려 숲 속을 조용히 물들여 간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호자덩굴이 두 송이씩 꽃을 피울 때이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나란히 선다. 마치 함께 걸어가는 단짝 친구처럼. 인생길에서도,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걷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호자덩굴의 꽃처럼 다정한 일이다.
꽃잎 속을 들여다보면, 솜털 같은 하얀 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고, 어떤 꽃에는 암술만, 또 어떤 꽃에는 수술만 보인다. 자세히 살펴보면, 암술이 길게 나와 있고 네 개의 수술은 꽃잎 속에 숨어 있는 꽃, 이를 ‘장주화(長柱花)’라 한다. 반대로, 네 개의 수술이 길게 나와 있고 암술이 꽃잎 속에 숨어 있는 꽃, 이를 ‘단주화(短柱花)’라 한다.
이처럼 호자덩굴은 수술과 암술을 품고 있지만, 장주화, 단주화란 구조 배열로 자가수분을 피한다. 그저 바람과 곤충을 기다릴 뿐이다.
기다림 끝에 맺히는 결실은 보석 같은 작은 붉은 구슬. 한겨울에도 푸르름을 잃지 않는 상록성 덩굴 위에 보석처럼 반짝이며 달린다.
그 신비로운 조화 속에서, 호자덩굴은 인생길을 닮아 있다. 단짝 친구처럼 다정한 꽃, 그 작은 꽃 속에서 따뜻한 삶의 이야기가 들려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