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귀한 흰빛 '한라솜다리'

손을 뻗으면 무수한 별이 손에 잡힐 듯한 한라산 정상. 360여 개의 봉우리를 품은 그 거대한 품속에는 신비로움이 깃들어 있다. 예로부터 신선이 머문다 하여 ‘영주산(瀛洲山)’이라 불렸던 곳. 흰 사슴을 타고 한라산을 거닐던 신선이 정상에서 맑은 물을 사슴에게 먹였다 하여 ‘백록담’이라 불렸던가.


자욱한 안갯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졌다가 어느 순간 어두운 장막을 걷어내고 드러나는 그곳. 그 신비로운 품 안에 제주를 대표하는 들꽃이 피어난다.


제주도는 식물의 보고라 할 만큼 1,700여 종이 자생한다. 이중 백록담에는 구상나무를 비롯해 한라솜다리 등 한라산 특산식물과 돌매화나무를 비롯한 희귀식물 등이 분포한다.


한라산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는 다양한 동·식물과 지형, 지질의 특이한 생태계를 갖고 있어 보호해야 할 학술자원이 풍부한 덕분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부문 자문기구인 국제자연보호연합(IUCN)은 경관적 아름다움과 지질학적 가치가 세계유산으로 손색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한라산은 그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만치 뛰어난 경관뿐만 아니라 식물도 한몫하고 있다.


한여름 밤, 별빛이 백록담 주위를 맴돌다 이슬 맺힌 풀잎 위로 내려앉아 꽃이 되었을까? 풀 틈 사이로 숨은 고귀한 숨결이 칠월을 노래한다.


한여름에도 손끝이 시릴 만큼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백록담에는 한라의 대표적인 들꽃, ‘한라솜다리’가 피어난다. 하얀 솜털을 수북하게 덮인 꽃은 풀 틈 사이로 숨어버리기도 하고, 바위틈에서 소담스레 꽃송이를 피우기도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널리 알려진 ‘에덜바이스'는 순수한 우리말로 ‘솜다리’이다 우리나라에는 한라산, 설악산, 소백산, 금강산 등지의 정상 부위에 자생한다. 세계적으로 솜다리 종류는 3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엔 솜다리, 왜솜다리, 한라솜다리, 산솜다리 등이 있다.


이중 한라산 백록담에만 자생하는 '한라솜다리'는 한라의 대표적인 꽃이라 칭할 만하다. 바위틈에 몸을 의지하고서도 고귀한 빛을 피워내는 꽃. 그래서일까. ‘산악인의 꽃’이라 불리며, 정상을 향한 이들의 꿈과 염원을 품고 있다.


국화과인 한라솜다리는 5~9개의 자그마한 꽃송이가 꽃대 끝에 뭉쳐 피어난다. 꽃을 받치고 있는 하얀 잎은 솜털이 가득 돋아나 마치 꽃처럼 보이나 이삭잎이다.


솜다리는 이름 그대로 전체가 선모로 덮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솜털이 수북하여 구름떡쑥을 솜다리로 착각하는 이들도 종종 있다.


'한라솜다리' 꽃은 여한 갈색이지만, 이삭잎이 눈처럼 하얗다. 마치 흰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듯 청아한 빛을 발하는 모습에 '고귀한 흰빛'이란 의미를 갖고 있다.

화려함이란 모르는 산골 소녀처럼, 수수하면서도 소박함이 가득하다 하여 '순수’란 꽃말을 지니고 있다.


산정의 꽃, '한라솜다리'의 수수한 노래를 듣노라면 한여름의 더위도 어느덧 바람처럼 사그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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