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사랑, 두루미꽃

싱그러운 풀내음이 한라산을 감싸는 유월, 숲 속 깊이 걸음을 옮기면 두루미꽃을 만날 수 있다. 높은 산의 침엽수 숲에서 조용히 피어나는 앙증맞은 꽃. 꽃이 피기 전에는 쉽게 눈에 띄지 않지만, 그 존재는 이미 사랑의 눈짓으로 건너오고 있다.


두 개의 잎이 어긋나게 펼쳐진 모습이 마치 두루미가 날개를 펼친 듯하여 ‘두루미꽃’이라 불린다. 하지만 나는 이 꽃을 ‘초록의 사랑’이라 부르고 싶다. 하트 모양을 한 초록빛 잎, 누구에게나 따스한 눈빛을 건네는 사랑스러운 존재. 꽃이 피기 전부터 그 이파리만으로도 다정한 인사를 건네온다.


‘초록의 사랑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문득 궁금해진다. 그러나 해마다 꽃이 피는 시기를 놓쳐버려, 나는 늘 유월을 기다려야 했다. 오월부터 사랑스러운 잎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건만, 꽃을 피운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큼직한 꽃들에 마음을 빼앗겨 작은 꽃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리라.

두루미꽃1-1.JPG


우리네 삶도 그러하듯, 큰 것을 보면 작은 것이 보이지 않고, 작은 것에 집중하면 큰 것은 놓치고 만다. 꽃산행도 다르지 않다. 두루두루 살펴보기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해마다 놓쳤던 두루미꽃, 이번에는 꼭 눈맞춤하고 싶었다. 그러자 마치 내 바람을 알기라도 한 듯, 스쳐 지나가는 발걸음을 살며시 붙잡는다.


솜방망이를 닮은 앙증맞은 하얀 꽃봉오리가 화들짝 피었다. 꽃잎을 뒤로 젖히고, 꽃술이 마치 튀어나올 듯 앙증맞게 자리 잡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갓 태어난 아기새들이 젖은 날개를 비비며 어미를 찾는 듯하다. 옹기종기 모여 조그만 날갯짓을 하는 듯한 모습.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속으로 살며시 속삭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사랑해… 사랑해…"

소곤소곤 거리는 하얀 꽃술의 간지럼에, 따스한 햇살도 내려와 살며시 입맞춤을 한다. 사랑의 이름으로 피어난 꽃, 그 소박한 아름다움 앞에서 나도 조용히 속삭인다.


"두루미꽃, 너도 사랑해."



keyword
월, 수, 금,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