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사랑의 정의
2- 사랑의 정의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사랑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워 머리로 이해하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많이도 묻고 다녔는데요.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습니다. 답이랄만한 걸 한 사람도 몇 없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랑의 방식이 저마다 달랐던 것처럼 사랑의 정의는 그보다도 훨씬 복잡하고도 또 단순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한 사람만을 향한 열렬하고 숭고한 마음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이에게는 모든 인류를 향하는 박애주의적인 마음일 수도 있거든요.
제가 지금부터 말할 사랑은 후자에 좀 더 가깝습니다. 그 대상이 개인이 된다면 책임이나 정 혹은 의리나 욕구와 같은 요소들을 걷어내고 보기는 어렵더라고요.
경찰이 용의자를 추정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게 뭘까요? 특정 인물의 죽음이나 사건을 통해서 결론적으로 누가 어떤 이득을 보는지입니다.
원한 관계나 보험 수령 대상 등으로 얽힌 주변인들을 탐문하며 곁가지를 넓혀가죠. 어렵고 복잡하게 꼬인 것 같은 사건들도 이익관계를 밝혀내다보면 그 인과관계가 뚜렷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언뜻 복잡해 보이는 사랑도 누가 어떤 이득을 볼 수 있을지 확인해보면서 실타래를 풀어보면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전에, 이득이라는 단어가 불편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자고로 계산하지 않는거니까요.
그런데 계산을 포기한다는 건 결국 본인의 이익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상대를 위한다는 거고, 아무도 이득을 얻을 수 없는 행동을 할 리는 만무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이 둘 다 일때, 그리고 받는 사람이 느끼는 충만함이 더 클 때에만 사랑이라고생각합니다.
한 쪽으로 추가 더 기울어져버리면 통제나희생 또는 집착이라는 단어로 변질되어버릴 것 같아서요.
가령,
프리지아를 선물했더니 그녀가 활짝 웃어요. 이전부터 좋아하던 꽃이거든요. 그덕에 데이트 내내 그녀의 기분이 좋아서 저도 즐거웠어요.
친한 친구가 동성을 좋아한다고 커밍아웃을 했어요. 친구의 앞날을 응원해주고 싶어서 관련된 책을 읽으며 고민 상담을 해줍니다. 앞으로의 우정도 변함없을 거란 말도 빼놓지 않고요.
콩쿨에서 대상을 받은 딸이 피아노를 치는 게 이제는 행복하지 않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피아노를 치지 않으면 사람들이 더이상 자길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만두고 싶지는 않다고도 해요.
그래서 저는 그동안 미처 몰랐던 딸의 마음을 열심히 물어보고 다독이며 피아노를 치지 않는다고 해서 너의 가치가 달라지지 않고 모두가 널 사랑하는 마음에도 변함이 없다고 말해줘요.
저는 이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에서 재희가 흥수에게 했던 말에 아직도 긴 여운이 남습니다. 흥수가 스스로 약점이라 여겼던 성정체성에 대해 오히려 재희는 “네가 너인 게 어떻게 약점이 될 수 있어?”라며 되묻습니다.
흥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 반응이었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별종 취급을 받던 둘은 우정을 넘어 더 깊은 교감을 나누는 관계가 되었죠.
제가 결론 지은 사랑도 비슷한 맥락을 갖고 있습니다.
내가 A를 사랑한다는 건
A의 존재 그 자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A가 스스로 건강한 자아상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것입니다.
어떠한 나의 욕구나 통제 혹은 지나친 희생 없이 A를 나와 다른 독립된 개체로 분리해서 애틋하게 여기는 상태에서요.
최재천 교수님이 하신 말 중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어설프게 알기 때문에 서로 오해하고 미워하지만 상대를 완전하게 알고 이해하면 반드시 사랑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말한 사랑의 정의를 실천하려면 더 알아가야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사랑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오늘도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