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디자이너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꾸미기 담당

by 도트

디자이너로 일한 지 2년쯤 됐을 무렵, 나는 ‘잘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내가 만든 디자인이 바로 개발되고,

팀원들도 “센스 있다”, “와, 되게 예쁘다”는 말을 자주 했다.


‘나, UX 디자이너로 괜찮은가 보다.’

그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이 정도면 이제 이직해볼까?’ 싶어 포트폴리오를 만들기 시작했다.

조건도 좀 더 좋은 곳으로 가고 싶었다.

결혼이나 미래를 생각하면, 휴가나 재택 같은 복지도 중요했고.


그런데 지원한 회사마다 답이 없었다.

하루이틀이 지나도 조용하고,

50군데가 넘도록 떨어지니까,

‘혹시 내가 잘못 생각했던 걸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 피드백을 돈 주고 받기로 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40만 원을 결제했다.


“이 포트폴리오는 감으로 만든 거예요.

사용자도 없고, 문제도 없고, 그냥 정리만 잘 된 느낌이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내가 그동안 ‘UX’라고 부르던 건,

그냥 ‘깔끔하게 잘 꾸민 화면’일 뿐이었단 걸 처음 알게 됐다.




나는 두렵고 부끄러웠다.

회사에서는 인정받았는데, 왜 나는 이직이 안 되는 걸까?

내 디자인은 뭐가 문제였던 걸까?


나 자신이 너무 작아졌고, 2년 동안 내가 해온 게

다 허상처럼 느껴졌다.

그때부터는 아무것도 손에 안 잡혔다.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그리고 부트캠프에 등록했다.

이번엔 정말, ‘제대로’ UX를 배우고 싶었다.


여전히 추측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지만,

이젠 의식적으로 그걸 멈추려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문제와 목표를 먼저 보는 연습을 한다.


그게 내가 ‘진짜 디자이너’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믿으니까.




예쁘게 만든다고 UX가 아니었다.

폼만 잡았던 나에게 사용자라는 거울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거울 앞에 서서

다시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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