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셰필드 교환학생의 모험 Week6

무료하지만, 평화로운 일상들

by 윤슬


2024.10.28. 월요일

SE-442fd8e0-1e9e-4eb2-989a-64b1e823a22f.jpg?type=w1

오후 수업에 가기 전 배가 고파서 냉장고에서 바로 꺼내서 먹을 수 있는 재료 위주로 점심을 먹었다. Franky와 학생회관 카페에서 이야기를 한 후 수업을 들었다.


SE-b12b21eb-7c4a-40c9-b573-25b51fb4de6a.jpg?type=w1


저녁에는 따뜻한 햄치즈 베이글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었다. 새로 산 시나몬 레이즌 베이글이 맛있었다. 따뜻한 음식을 원했고 음식을 따라서 따뜻한 귀리 우유를 마시고 싶었다. 야채를 그래도 뺄 수 없어 샐러드 채소와 토마토를 씻어 곁들였다. 평화롭게, 무료하게 흘러간 셰필드에서의 월요일이다.



2024.10.29. 화요일


J와 당일치기로 옥스퍼드 여행을 간 날이다.


2024.10.30. 수요일


여행을 갔다 온 다음날, 몸이 피로했다. 몸을 풀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오전에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했다. 후무스와 닭가슴살로 단백질을 몸속 곳곳에 칠했다. 먹는 것까지가 운동이라고 하지 않는가.

KakaoTalk_20250114_200224041_10.jpg?type=w1


한국에서는 밥을 먹고 나면 아이스크림이 당겼는데, 영국 교환학생 생활 6주 차, 이제는 홍차를 후식으로 먹는 사람이 되었다.

KakaoTalk_20250114_200224041_09.jpg?type=w1


방 안에서 책 읽고 유튜브를 좀 보다가 슬금슬금 주방으로 나갔다. Shared cooking을 위해 냉장고에서 주섬주섬 재료들을 꺼냈다. 대량으로 요리하기 딱 좋은 볶음밥이 이날 메뉴였다. 볶음밥은 야채와 단백질을 한꺼번에 먹을 수 있는 가성비 있는 요리라고 생각한다. 간장과 굴 소스만 있으면 두려울 게 없다. 그렇게 하루의 마무리가 저녁 식사 대화를 하면서 저물어갔다.

KakaoTalk_20250114_200224041_08.jpg?type=w1


2024.10.31. 목요일


화요일에 옥스퍼드 여행을 가느라 Emily의 shared cooking 요리가 냉장고 락앤락 통에 담겨 있었다. 기필코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먹을 만큼 덜어서 점심으로 먹었다.

KakaoTalk_20250114_200224041_06.jpg?type=w1


낮에 러닝을 뛰었다. 생각보다 셰필드에서 러닝 하기가 힘들다. 연남동은 5분 거리에 한강을 향해 가는 공원 길이 있어 그 길을 쭉 따라서 뛰고는 했는데 이곳은 언덕길이 많고 쭉 이어져 있는 공원 길이 없다. 그렇게 이날의 발걸음은 이리저리 방황했다. 러닝을 한 후 헬스장에서 스쿼트로 운동을 마무리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크게 틀고 운동 텐션이 올라간 상태에서 스쿼트를 평소보다 열정적으로 했던 것 같다.

KakaoTalk_20250114_200224041_05.jpg?type=w1


깨끗하게 씻고 저녁을 기다렸다. H 기숙사에 놀러 가서 우리의 한 달 유럽 여행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유럽 내에서 이동할 때 이용할 교통수단과 우리가 묵을 숙소를 모두 결제하기로 했다.


파리, 니스, 세비야, 리스본 숙소를 모두 결제하고 나니 진이 빠졌다. 미리 예약해야 안전한 숙소를 일단 확보했기 때문에 교통수단은 다음 주에 결제하기로 했다. H가 저녁으로 아보카도 토스트를 만들어줬다. 내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조합이다. 밥을 먹은 뒤 마치 약속한 것처럼 H는 Allen Court까지 함께 걸어갔다.

KakaoTalk_20250114_200224041_04.jpg?type=w1


'드디어 내일 혼자 여행을 떠나는구나. 일주일에 여행을 두 번 가다니. 이런 삶을 한국에 있을 때 상상하기나 했을까.'


일상이 된 여행 덕분에 긴장이라는 감정은 도저히 머릿속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30분 만에 짐을 싸서 뚱뚱해진 검은색 가방이 덩그러니 기숙사 방에 놓여 있을 뿐이다. 마치 다음 날도 평범한 하루를 살 것처럼, 그렇게 편안하게 잠에 들었다.


2024.11.1. ~ 2024.11.2.


영국에서 처음으로 홀로 떠나는 여행. Scarborough를 향해 짐을 챙기고 기숙사를 잠시 떠났다.


2024.11.3. 일요일


전 날 살짝 과식을 했던 탓에 깔끔하게 먹고 싶었다. 베이글을 반으로 잘라 한쪽씩 후무스와 크림치즈를 발라 먹었다. 뮤즐리와 귀리 우유 조합도 빼먹지 않았다.

KakaoTalk_20250114_200224041_02.jpg?type=w1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운동하러 갈 시간이 되고, 개운한 상태에서 저녁을 먹을 준비를 한다. 머리를 말리기 전 총총 주방으로 가서 냄비에 물을 올리고 닭가슴살을 삶는다. 냉동 닭가슴살이 익는데 상당히 오래 걸려 이런 작은 루틴이 생기게 되었다. Shared cooking을 하는 때를 제외하고, 주방에는 최대한 짧게 머무르고 싶은 솔직한 마음이 있다. 플랫 메이트와 만나서 스몰 토크를 할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막상 만나면 편안하게 대화하게 되지만, 그래도 최대한 누구랑도 마주치지 않고 마치 내가 혼자 쓰는 주방인 것처럼 주인 행세를 하고 싶어지는, 이기적인 심리가 발동된다.

KakaoTalk_20250114_200224041.jpg?type=w1


6주 차는 여행을 제외한 날에는 평화롭게 한 주를 보낸 것 같다. 다른 지역에서 에너지를 썼기 때문일까, 기숙사에 도착하면 혼자만의 평화로운 시간을 더욱 원했다. 마음 가는 대로 요리하고, 좋아하는 영상을 보면서 식사를 하고, 가벼운 티타임도 하다 보면 하루가 끝난다. 내가 지금 이래도 될까 불안함이 들기는 하지만, 언제 영국에서 이런 평화로운 일상들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현재에 집중하며 즐기기로 했다. 벌써 11월이다. 11월에는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될지,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떤 감정을 느낄지 상상하며 한 주를 마무리해 본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