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인 내 아들은 밖에서 말을 안 한다고 한다. 담임선생님 말씀으로는 학교에서는 발표도 하고, 시키는 건 다 한다고 하시는데 1년 정도 다닌 태권도 도장에서는 사범님이 질문을 해도 답을 안 한다고...
사범님이 " 몇 학년이야?"라고 물으셨는데 아이는 대답하기 싫어서 안 했단다. "왜 싫었어?"라고 물어봤더니 "싫으니까"라는 답이 돌아왔다. 도장에서 2학년 이상인 학생들만 토요일 워터파크에 가는데 체구가 작은 아이라 확인차 물어보신 거 같다. 자존심 상해서 그랬나? 2학년인 거 알면서 본인이 작다고 확인차 물어보는 게? 근데 사범님은 정말 몰라서 물어보신 듯하다. 나한테 '아이가 도대체 몇 학년이냐고, 물어봤는데 말을 안 해서 모르겠다'라고 하셨다. 1년이나 도장에 다녔는데 아직까지 우리 아이 학년을 모르신다는 게 좀 섭섭하다. 아이에게 관심이 없으신가? 예체능이라 전 학년을 모아놓고 수업하시니 그렇수도 있겠다 싶다.
1학년 담임선생님도 비슷한 피드백을 하신 적이 있다. 아이 근처 바닥에 물자국이 있어서 아이에게 나갔다왔냐고 물어보셨단다. 전날 비가 와 운동장이 젖어있어서 나갔다 왔으면 실내화가 젖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바닥에 물이 있나 싶었다고. 그런데 아이가 멀뚱 거리며 가만히 있었다고 한다. 마침 옆에 짝꿍이 교실로 들어와 "제가 그랬어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혼내려는 거 아니다, 옆에 물이 있길래 물어보는 거다'라고 말씀하셨는데도 아이가 끝내 대답을 안 했다고 한다.
이 문제를 심리센터에 물어봤더니 언어 유창성도 떨어지고 인지기능도 떨어진 아이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거라고 하셨다. 집에서는 그 정도의 대답은 할 수 있는데 예민한 아이라 집 외의 장소에서는 대답을 못했나? 인지기능이 집에서는 올라가고, 학교나 태권도장에서는 떨어지는 오락가락한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좀 더 편안한 상대와 어려운 상대에게는 말할 수 있는 범위가 달라질 수도 있겠지. 그런데 내 아들은 집에만 있지 않고 학교도 다니고 사회생활도 해야 해서 고민이다.
나에게는 초등학교 4학년인 큰아들도 있다. 그 아이는 수학 한 문제 풀고, 물 마시고, 화장실 가고, 책상에 돌아와 한 문제 풀고, 머리가 아파서 쉬어야겠다고 한다. 아이 셋 키우는 지인이 자기 아이 셋 키우는 것보다 우리 집 큰아들 키우는 게 더 힘들 거 같다는데 그 아이보다 더 키우기 힘든 둘째 아들도 나에게는 있다. 나는 정말 하루하루가 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