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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니퍼 May 26. 2024

저는 공부 못하는 아이의 엄마입니다

엄마는 신이 아닙니다

주변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참 많습니다. 그 아이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내 아이가 참 못나 보입니다. 저 또한 너무 한심하고요.


엄마표 공부를 아이가 거부해 사교육의 도움을 받고 싶은데 그 마저도 아이가 거부합니다. 예체능 수업은 다 그만두고 국, 영, 수 중심으로 사교육을 시키고 싶은데 제 아이는 국영수 수업을 제외한 예체능 수업만 받겠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예체능에 재능이 있지도 않습니다. 지도해 주시는 선생님들은 재능보다는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저를 다독이시지만 한정된 예산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수업료를 지불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남편과 저는 키가 작습니다. 즉 저희 아이들은 유전적으로 클 확률이 없겠지요. 평소 신뢰하는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영유아검진을 하시더니 대학병원에 가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히라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찾아간 대학병원에서는 아이가 잘 성장하고 있다며 어머님이 원하시면 맞춰드리겠지만 주사 맞는다고 다 크는 것도 아니라 말씀하셨습니다. 일찍 자고, 운동 열심히 하고, 단백질 위주로 골고루 먹이라는 말씀만 듣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는 대학병원 의사가 하지 않은 호르몬 주사를 아이에게 맞히기가 두려웠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 그랬듯이 제 아이는 반에서 제일 작습니다. 남자 아이라 더 걱정이 됩니다.


점점 아이 키우기가 너무 힘들어집니다. 공부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하고, 예체능도 잘할 수 있도록 사교육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키가 작으면 성장 클리닉에 가서 주사도 맞혀야 합니다. 노후준비는 꿈도 꿀 수 없습니다. 부모의 모든 걸 투자한 아이는 대학졸업 후 홀로서기를 잘할 수 있겠지요? 너무 먼 미래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저는 티브이 보기가 무서워서 티브이를 잘 보지 않습니다. 잘생긴 훈남 의사 선생님이 키가 작아 연애를 못하는 거 같다는 이야기를 '나는 솔로'에서 하시더라고요. 전 제 아이가 의사가 된다면 광화문 한복판에서 춤도 출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의사도 키가 커야 연애를 잘할 수 있나 보네요. '그들만의 세상'같은 이야기라 외면하고 싶습니다. 키 키고, 인물 좋고, 전문직 종사자에 집안 좋은(돈이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몇 프로나 될까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다 루저일까요? 주제 파악하고 자식도 낳지 말고 혼자 살다 가야 할까요?


어느 사회나 신분상승을 위한 노력은 합니다. 일부만 성공하지요. 그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명상하고, 긍정일기 쓰며 마음을 다스리며 살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다른 세상이야기는 차단한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 살아야 할까요?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고 전문직 종사까지 하게 만든 부모 이야기는 서점에 즐비합니다. 그분들의 책을 읽고 있으면 도대체 너는 무얼 하고 있느냐는 자괴감이 듭니다. 책 읽고 열심히 그분들의 육아방식을 따라 하지만 왜 저는 안될까요? 부모의 노력만으로 그 모든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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