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전생에 죄가 많다
다른 집 남편들은 돈도 아끼고 건강에도 좋은 집밥을 좋아한다는데, 우리 집 인간은 돈 없다고 외식은 싫어하나 집밥을 먹기 위해 집에 있는 식재료로 반찬을 만들고 있으면 있는 것부터 먹어치워야 한다며 요리할 때마다 잔소리를 해댄다.
토요일 아침부터 시작된 잔소리는 점심, 저녁을 지나 일요일 아침과 점심까지 계속되었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데 실컷 요리해서 한 상 차렸더니 큰 아이가 일주일에 2번만 라면을 먹기로 약속했다며 남편이 갑자기 라면을 끓이려고 한다. 참고로 전날 저녁 복통과 설사로 큰아이는 장염약을 먹었다. 이렇게 자주 장염에 걸리는 아이는 처음 봤다며 장이 약하니 유산균을 매일 먹이고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음식을 먹이라고 소아과 선생님은 병원 갈 때마다 말씀하신다.
남편과 큰아들이 라면을 못 먹게 하는 나를 동시에 비난하자 나는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터져 나왔다. 눈물콧물 다 빼며 집을 뛰쳐나와 카페에 앉아있는데 박복한 내 팔자가 서러워 눈물이 나온다.
남편이 잔소리를 지겹게 해댄 건 신혼 때부터였다. 즉 타고나길 저런 인간이다. 그런데 12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왜 나는 그의 잔소리에 발작을 하는가? 12년간 참아왔던 게 터진 걸까? 50을 바라보는 나이인지라 갱년기 때문에? 아님 본인이 원하는 걸 들어주지 않으면 욕하고 소리 지르고 벽에 머리 박는 큰아들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생각해 보면 셋다 인 거 같다. 최근 둘째가 난독등, 난서증이 아닐까 하는 고민까지 더해져 암울한 기분을 떨쳐낼 수가 없다.
나는 남편이 싫다. 남편을 보면 분노발작을 할 지경이다. 더럽고, 잔소리는 귀에 피가 나게 하며, 돈에 관한 한 얼마나 사람을 들들 볶아 대는지(제발 카드 명세서를 봐라. 니 마누라는 머리도 셀프로 집에서 자르고, 옷도 안 사 입며, 그 흔한 립스틱 하나 안 산다 이 원수야) 살 수가 없다.
제발 다음 생엔 옷깃도 스치지 말고 영원히 모르는 타인으로 살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