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남편은 백화점 알레르기가 있어 그곳에 가는 걸 싫어한다. 남편 없는 주말, 큰아이는 시내에 가고 싶어 했으나 둘째가 눈물을 흘리며 백화점에 가고 싶다 했기에 큰아이는 동생의 뜻에 따랐다.
아이 한 명당 100만원씩 소아정신과 비용을 납부해야 했기에 요즘 우리 가족은 초절약모드로 살아간다. 돈을 아껴야 했기에 두 아이만 영화를 보여주고 나는 중고서점에서 좋아하는 책을 읽었다. 외식을 하고 싶다기에 짬뽕, 짜장을 한 그릇씩 시켜 두 아이를 먹이고 집에 돌아오려는데 밖에는 거센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이소에서 3000원짜리 비닐우산을 하나 사 버스정류장까지 셋이 쓰며 걸어가자 했는데 큰아이는 우산을 두 개 사야지 왜 하나만 샀다며 나에게 화를 냈다. 아낄 때 아껴야지 엄마는 너무하다고. "너희 둘이 우산을 써라. 엄마는 우산을 안 써도 된다" 했더니 큰 아이가 비를 맞으며 앞으로 뛰쳐나간다. 집에 가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면 된다며. 엄마랑 동생이라도 비에 젖지 말라고.
느린 동생 때문에 항상 엄마의 관심을 못 받았던 아이였다. 엄마 없는 빈자리를 견뎌준 고마운 아이였고 엄마가 힘들 때 조용히 옆에서 도와주던 속 깊은 아이였다. 맏이라 나는 큰아이가 항상 너무 크게 보였다. 내 삶이 고통스러워, 느린 둘째 돌보느라 진이 빠져 나는 큰아이에게 너그럽지 못했다. 비를 쫄딱 맞은 채 집에 들어온 큰아이는 샤워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저 아이가 신이 내게 주신 천사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