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애들이 살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by 제니퍼

설 전날 갑자기 동서가 전을 아침부터 부치겠다 하고, 남편이 시댁과 점심을 먹겠다고 통보했다. 평소에는 저녁을 먹고 그다음 날 떡국을 먹었는데 갑자기 룰이 바뀐 것이다. 부리나케 시어머니께 전화드려 우리도 출발하겠다고 말씀드리고 건조된 빨래도 내버려 둔 채 시댁으로 향했다.


전을 부치다, 점심을 먹고, 또 전을 부쳤다. 남편은 티브이를 보며 세상 편하게 거실에서 웃고 있다. 시어머니는 아침부터 동서가 전을 부쳤다며 나 들으라고 돌림노래를 시작하신다. 나 혼자 7년간 큰댁 가서 전 부친건 까먹으셨나 보다.


막내 동서가 서울에서 오자 시어머님의 돌림노래가 또 시작되었다. 둘째가 아침부터 와 전을 부쳤다며.


저녁을 먹고 갑자기 시작된 돈 자랑은 삼성주식을 사서 고수익을 얻은 시어머니의 무용담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둘째 동서도 연금과 주식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고 있어 자신덕에 서방님이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다고 자랑질을 한다.


이번엔 내 차례. 나는 남편이 얼마 버는지 모르고, 만날 마이너스라 해서 집에서 셀프염색하며 미용실도 못 간다고 했더니 시어머님이 만날 마이너스라고 하는 애(자신의 큰아들)도 이상하고 그걸 믿는 애(나)도 이상하단다.


졸지에 이상한 애들이 되어버린 우리 부부는 돌아가며 하는 돈 자랑을 듣다가 다음날 아침 남편이 출근한다는 핑계로 떡국만 먹고 일찍 집에 왔다.


시댁에서 잠 한숨도 못 자고 너무 피곤했지만 남편 없이 집에서 발광할 아이들이 두려웠던 나는 아이들에게 영화도 보여주고, 돈가스도 사줬다. 그리고 큰아이가 계속 폰만 보길래 큰아이 폰도 잠갔다. 큰아이는 욕을 하며 발광하기 시작했고 경찰서와 보안실에 들려 안전장치(아이가 욕하고 방문을 차기 시작하면 집에 와달라)를 마련한 후 집에 왔다.


그러나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다음날 가족들과 산책을 나갔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시아버님께 전화가 왔다. 나물 가져가라고. 3일째 시댁행이다. 정말 미쳐버리겠다. 결국 그날 남편 혼자 시댁에 가서 나물을 들고 왔고, 나는 급체를 해 저녁도 못 먹고 밤새 토했다. 이러다 내가 내 명까지 못살겠다. 내가 안방 화장실에서 토하고 신음소리를 내도 남편은 안방에서 행복하게 꿀잠을 자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 밥이 없으니 밥을 하라고 자상하게 알려주기까지 하고 출근을 했다.


딱 하루만 혼자 있고 싶다. 아파서 입원하는 거 말고 건강한 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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