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30분.
시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아버님이 너희 집으로 아이들 보고 싶어 가셨다고. 전화하지 말라고 하셨는데 너 놀랄까 봐 전화했다고. 아이들은 자고 있고 나는 아침으로 먹일 김밥을 말던 중이었다.
몇 분 있다 초인종이 울린다. 아버님이시다.
서둘러 아이들을 깨워 인사를 시킨다. 유치원생 둘째는 개학을 했지만 초등학생인 첫째는 아직 방학이다. 유치원 안 가겠다는 둘째 등원준비를 시키며 운동하러 가실 거라는 아버님 말씀에 첫째도 데려가시라 말씀드린다. 첫째를 할아버지랑 운동하라고 내보내고 둘째를 어르고 달래 유치원에 보낸 후 급하게 집안일을 한다.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이다. 조용하고 깨끗한 집이 너무 좋다. 책도 읽고 일기도 써야지.
모든 것이 생각하기 나름이라고 아버님이 연락도 없이 불쑥 아침에 애들 보고 싶다고 오시는 게 너무 스트레스였다. 그런데 아이 딸려 운동하라고 보내놓고 나니 너무 감사하다. 그동안 혼자 아이들 숙제, 식사, 돌보기를 떠안았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싸우고 울고 숙제 안 하겠다고, 밥 안 먹겠다 하는 아이들에게 성인군자처럼 좋은 엄마 가면을 쓰고 인내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주말부부인데 일요일에도 일하는 남편은 얼굴 보기도 힘들고.
우리 애들 보고 싶다 하시고 우리 애들 맡길 유일한 곳이 시댁이었는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아이도 나도 각자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과 떨어져 있는 이 시간이 너무 좋다. 오늘은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