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 형님

옛날에는 ~

by 진주

새터 형님

유교사상의 고정관념이

종교 같은 동네에

시집오셔서 육십여 년 동안

그곳을 떠나지 않고 사셨던 큰 형님!



시골 동네에도 젊은 새댁에게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지만

정작 새터는 그 바람을 수용하지 못했습니다.


읍내를 나가실 때도 시부모님 몰래 했던

뽀글뽀글한 파마머리 숨기려고 수건 쓰고

나가셨다.

동네 어귀에서 수건 벗으시고

뾰쪽 구두도 보따리에 싸들고

신작로 길몫에서 바꿔신었습니다.


우리는 새터 형님을 만나면

옛날이야기 들으며

이웃 담장 너머까지 웃음을 날려

보냈습니다.


항상

찾아가면

바쁜 농사일손 멈추고

먹거리 챙겨주시며 자고 가라

먹고 가라 붙잡으셨습니다.


담을 타고 너불너불 거리는 호박잎도

연한 잎만 따서 담아 주시고

줄기가 쭉 쭉 뻗어가고 있는 고구마 운지머리 순도쑥 쑥 손끝으로 끊어서 싸주셨습니다.


때가 되면 호박잎 삶고 풋고추 살짝 삶아

양녕장 만들고 연한 고구마순도 데쳐서 된장에 버무리고 참기름 치고 깨소금 술술 뿌려 푸짐하게 한 상 차려놓고 밥을 꼭 멕여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여기저기 걸려있는 마늘도

쭉 쭉 빼서 꾸러미 싸시고

유기농이라며 태양초 고추도

한아름 싸주셨습니다.

헛간에서 바싹 말라

껍질 벗겨진 듯 만듯한 양파도

검은 봉다리에 주섬주섬 담아주셨습니다.


우리 고향 같았던 큰 형님께서

설음식 장만으로 엿을 고시다가

갑자기 쓰러지셔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십여 년이 되었습니다.


며칠후면 형님기일이 돌아옵니다.

조총고아서 쑥인절미와 함께

다과상 내오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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