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너 때문이었니?

아빠는 갔어도 생명은 태어난다

by 진주

제가 알고 있는 사모님께서 건강이 좋지 않아서 요즘 자주 찾아뵙고 있다. 서로 같은 믿음인지라 그동안 살아온 행전을 많이 나누고 있다.

기억력이 좋으셔서 성경 구절도 암송하시고 옛날 고시조도 줄줄 읊으신다.


취미로 집안에서 꽃나무 가꾸기와 수족관에 안시, 구피, 레티, 토리를 키우고 있다.

관리하기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지만 자녀분들도 좋아하고 사모님도 소일거리로 만족해하시며 키우고 있는 중이다.


시간 날 때마다 수족관에서 이리저리 헤엄치고 다니는 각종 물고기를 보면서 이야기도 건네시기도 하고 밥도 던져 주시곤 한다. 요즘에는 수족관 한쪽에 담가놓은 고구마 줄기가 연둣빛으로 올라오더니 이제는 초록을 이루며 어항 밖으로 줄줄이 내려와 감싸고 있다.


수족관 속에는 뿌리가 내려서 마치 하얀 레이스를 달아놓은 것처럼 살랑거리고 있다.

그 속에서 고기들이 수풀 사이를 들락날락 거리며 하루 종일 헤엄치고 물방울을 만들어내고 새끼도 낳고 있다. 대낮인데도 수족관 벽에 붙어서 낮잠을 즐기는 놈들도 있다.


볼트는 너무 예쁘다 헤엄칠 때마다 지느러미가 치마처럼 퍼져서 무도장에 나온 부잣집 마님처럼 우아하기 그지없다. 어쩔 때는 캉캉 춤을 추는 무용수처럼 살랑거릴 때마다 화려한 색깔의 지느러미가 퍼져갈 때면 마치 레이스가 풍성하게 달린 치마를 흔들어대는 것처럼 이쁘다.

그런데 다른 물고기들과 키우면 사이가 좋지 않아 죽는다고 한다. 좀 예쁘다고 교만한가 보다


어느 세상이든 자기가 좀 낫다고 여기면 교만해서 남을 웃음게 여기는데 나 혼자 생각이지만 '볼트'도 그런 성질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볼트'는 따로따로 칸을 만들어서 한 마리씩 키우고 있다.


그런데 한쪽 수족관에서 요즘 잘 크고 있레티, 안시, 구피가 죽어가고 있다.

꼬리치고 가는 모습이 힘없이 다 풀려서 축 늘어지고 겨우 숨만 쉬다가, 수면 아래 가라앉아서 물방울만 만들어내고 있다.


사위분께서 물고기를 좋아하는데 때 아니게 작은 수족관에서 줄초상이 나고 있으니 사모님께서 걱정이 태산 같다. 상태가 좋지 못한 물고기들이 다시 힘차게 꼬리 흔들며 회복되면 좋으련만~기도가 절로 나온다.

고구마 뿌리가 하얗게 레이스처럼 늘어져 보기에는 예쁘지만 혹시 뿌리가 문제 근원일 수도 있지 않을까?

모쪼록 별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다음날 늘어져 있던 고구마는 다른 곳에 옮겨져 있었다.

겨우 구피 한 마리 토리 두 마리만 살아서 텅 빈 수족관에서 마치 숨바꼭질하듯 한 마리가 보이면 한 마리는 수풀 안으로 들어가서 보이지도 않았다.

'볼트'는 옆에 수족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꼬리를 흔들어대며 무도장의 무용수처럼 지느러미를 한껏 펼치고 자랑질 하고 있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한 마리 남은 '구피'가 여섯 마리나 새끼를 낳았다.

아빠 "구피'가 죽었는데도 엄마 뱃속에 있는 '구피'는 태어나서 벌써 물속에서 동동 떠다니고 있었다.

세상에나! 새끼 낳느라 힘들었을 '어미구피'에게 사모님은 밥을 던져주고 계셨다.

이제 날로 날로 성장해서 수족관의 새로운 주인이 되어서 수풀사이를 헤치고 다닐 것이다.



그동안 관심 없었던 나도 가끔 수족관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세상을 엿보고 있다.

수족관 맨 밑바닥에 붙어 있던 달팽이도 어느새 중간쯤 올라와서 나를 보고 있다.

구피새끼는 보호막 칸막이에서 넓은 수족관으로 나가기 위해서 몸짓을 하고 있다.

앞으로 사모님 이야깃거리가 더 풍성해지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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