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권미숙 May 23. 2024

내 이름은 메리입니다

고흥 댁 열 번째 이야기

" 너도 늙고 나도 늙고 어찌끄나이

너 밥 힘도 없다".

우리 메리 활동 시중에서 파는 개 줄 보다 좀 더 길었다

날마다  그 자리만 뱅뱅 돌고 있는  메리와 엄마 대화이다.

듣는지 못 듣는지 혓바닥으로 얼굴 한 바퀴를 돌리더니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하품을 했다.

집 지은 지 벌써 오십여 년이 되었다. 

리모델링도 했건만 유리창 문도 잘 열리지 않고  삐그덕거릴 때가 많다.

해년마다 손을 보지만 장마철 지나고 나면 이층 옥상에 방수가 제대로 안되었는지  작년에 도배한 거실이 한 폭의 그림이 제멋대로 그려졌다.

그때마다  아버지 살았을 때 집을 새로 지을 건못내 아워했다.




형제들이 모이자 늘 개줄에 매여 그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 메리 불쌍해서 잠깐 풀어놓았다. 대문이 열리자마자 쏜살같이 뛰어 나갔다.

내내 갇혀 지내던 메리가 집을 찾지 못할까 걱정되어 나도 같이 뛰었다.

골목을 지나 큰길이 나왔다.

차가 지나가는데 용케도 살살 빠져나갔다.

메리야! 아무리 불러도 허공에 흩어진 이름이 되었다.

한 번씩 힐끗 뒤돌아보다가 양쪽귀가 뒤로 쫙 달라붙도록 뛰어가버렸다.

메리를 놓치고 와서는 죄지은 사람이 되었다.

그래도 엄마 말벗이었고 누가 오기라도 하면 먼저 신호를 보다.

아는 사람이 오면 다정한 목소리로 컹! 컹! 짖는 소리가 부드럽고 꼬리까지 내렸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오면 거실 쪽을 향해 커영!커엉! 짖는 소리가 집안을 울렸다.

할머니! 오늘도 나 밥값하지라우

하는 것처럼.





삐걱 거리는 나무 대문을 열고 들어오자 형제들은 아량곳 하지 않고 각자 자기 자리 차지하고 서로 안부를 묻고 있었다.

 붙잡을 줄 알고 쫓아갔지만 뒤만 힐끗힐끗  돌아보며 약 올린 것처럼 도망가버렸어.

못찾아오연 어떡하지? 그 말을 들은 오빠가  자기 영역표시 해놓고   냄새 맡으면서  돌아오니 괜찮다고 했다.


정말 그럴까?


우리 집은 과수원 집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킴벨리 포도가 까맣게 익었다.

셰퍼드를 키우기 시작하면서 포도막의 든든한 일군이 되었다.

포도 따서 시장바구니에 물려주면 집에까지 물고 와서  뜰방에 올려놓았다.

학교 마치고 돌아올 시간이 되면 메리는 섬진강까지 마중 나왔다. 교복을 매끈하게 다리고  

하얀 카라까지 빳빳하게 풀멕여서 구겨질까 목깁스 한 것처럼 다니던 때였다.

그런데 교복 풀 먹인 카라까지  뛰어올라 반가움을 표시했다.




장마가 질 때는 배가 뜨지 않았다.

섬진강 발원지는 전라북도 진안이다.

 지방에서 비가 많이 쏟아지면 우리 마을은 비가 오지 않아도 물이 불었다.

요즘처럼 실시간 방송도 없으니 무작정 학교 마치고  섬진강으로 다. 

그런데 갑자진강이 범람하면 배를 띄우지 못할 때가 있다.

그날도  배 타고 내리면  걸어서 십여분 정도인데  우리 집을 코앞에 두고 대평리 쪽으로 가야 했다.  

미국 유학 마김포공항까지 왔는데 차 노선이 끊어진 거나 다름없었다.

섬진강 물은 평상시에는 소리 없이 잔잔하게 흐른다.

그런데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황토색으로 변한 물이  뱅글뱅글 돌며 쏘를 이다.

순신 장군께서  울돌목을 이용해서 일본 배를 집어  심 킨 것처럼  돌아가는 쏘를  보기만 해도 아찔했다.




할 수없이  다리가 세워진 곳으로 가기 위해 섬진강 둑으로 올랐다.

그때 섬진강 건너편에 던 메리가  집어삼킬 듯 넘실대는 섬진강 논개처럼 몸을 날렸다.

그리고 조오련 선수처럼 현해탄을 건너듯 만 겨우 내민 채 헤엄쳐오고 있었다.

"메리야! 메리야! 떠나가면 죽는다" 소리쳤지만  개가 수영을 얼마나 잘하는지 그때서야 알았다.

단숨에 거친 물살을 헤치고 물이 젖은 채로  달려왔다. 내 앞에서 그때서야  털에 가득 머금고 있는 물을 마구 흔들어댔다.

소나기 맞은 것처럼 교복이 흠뻑 젖어버렸다.

메리람 같이 강둑을 걷는데  뛰다가 걷다가 거리가 멀어지면 혀를 빼고 헐떡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낯선 길인데  안심해도 된다는  것처럼.

 시간 정도  메리랑 같이 집에 오던 때가 반백년이 지나간다.

흙으로 쌓아서 만들어진 섬진강둑이 지금은

견고한 콘크리트로  되어서 옛 정취는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다.


집에서는 사랑받았지만 그때만 해도 개줄을 묶어놓고 키우는 의무사항이 없었다.

그러나 최소한 공중도덕은 는 지켜야 하는데 우리 집도 참 무지했다.

냉장고가 시골이라 흔하지 않던 시절이었다.

제사 때 상에 올리려고 조기를 담아 장독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런데 그 귀한 조기가 자주  사라졌다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 날 우리 메리는 쥐약 묻은 생선을 먹고 이 세상을 떠났다.

남의 집 귀한 제수용품 중 제일 귀한 조기를 먹어치웠으니  아랫다리  난간에 그동안 죗값을 치르듯이 축 늘어진 채 매달려 있었다.




대문이 조금 열려있는 틈 세상밖뛰쳐나간 메리가 들어왔다.

오자마자 개줄에 다시  묶인 신세가 되었다.

구경 잘하고 왔냐?

차도 쌩쌩 달리는데 겁도 없이, 너 앞으로 그럼 안 돼 할머니랑 말벗이  되어 줘야지

개밥을 한 공기 떠다 주며 얽힌 털을 빗겨주었다.


아이! 리 들어왔냐?

어쩔 때는 나가서 며칠씩 안 들어올 때도 있다. 지 새끼가 여기저기 크고 있을 거다.

입딸싹도 못하고 건디 쟈가 있응께 말도 흐고 그런다. 

똥 싸고 오줌 싸면 새가 지독흐다

그렁게  물도 찌그러야흐고 귀찮을 때가 많다

래도 자가 있은 게 청소도 흐고  자 덕분에  나도 산다 지금.

  


 이 비어있는 동안

사과농원하는 막내오빠가 매일  메리 밥 주려고 오토바이로 출, 퇴근했다.

우리 엄마 천국 가시기 전 

우리 메리도 빈집 지키다가

지 명대로 살다 갔다.


어느덧 우리나라도 마루에서 우던 개가 안방까지 들어온 지 오래되었다.

연세 드신 분들이 의외로 애완견을 많이 기른다. 혼자서 적막한데 주거니 받거니 못해도 말할 수 있는 상대가 있어서 좋단다.  어느 할머니께서는 괘종시계가 시간은 맞아도 추가 움직이지 않으면 힘들어하셨다. 추가 왔다 갔다 하는 모습만 바도 동감이 있다고 한다.


이제 애완이 우리 부모님들을 지켜주고 있는 가구들이 많다.


우리 세대는 으로 애완과 살아야 할?

로봇과 살아야 할?



# 애완견 #  로봇 # 조기 #  할머니

작가의 이전글 앞마당에 처음으로 놀로 나왔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