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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한순간,삶은 배움의 연속

by 진주

“주여!” 언니의 외마디와 동시에 쾅― 하는 소리가 터졌다. 바로 앞차를 들이받고, 우리 차도 그대로 멈춰 섰다.

평상시라면 뒷좌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출발 전 형부가 “처제, 안전띠 매지요” 하길래 마지못해 멨던 게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겨우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삼중 충돌이었다. 그제야 실감이 났다. 늘 고속도로를 지날 때마다 마주치던 사고 현장이 오늘은 바로 내 일이 된 것이다.


“사고는 한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한순간이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


다행히 형부는 다치지 않았고, 언니는 가슴에 타박상만 입었다. 나는 갈비뼈에 타박상을 입었는데, 보름이 지나도록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갈비뼈는 깁스도 불가능하고 약을 먹으며 쉬는 것 외에는 치료 방법이 없다는 의사의 설명에 순응할 수밖에 없었다. 예전 같으면 작은 사고도 입원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큰 부상이 아니면 입원조차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아프고 보니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는다. 매일 즐기던 아쿠아로빅도, 시장에서 야채 몇 가지를 사는 일도, 갈비뼈가 아파 들 수조차 없으니 모두 그리운 일이 되었다. 평소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이 사실은 감사해야 할 순간들이었음을 몸으로 배웠다.


통증이 길어지자 괜히 남편에게 서운한 마음이 자꾸 생겼다. 아내가 아픈데도 퇴근 후 색소폰 동호회에 가는 남편이 못마땅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또한 남편의 아픔에 무심했음을 떠올렸다. 남편은 발바닥 티눈 때문에 걷기도 힘들어했는데, 나는 불평만 늘어놓았던 것이다.


아파봐야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 이번 사고를 통해 역지사지의 마음을 배우게 되었다.


주말에 서운했던 감정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남편은 “큰 사고도 아닌데 너무 예민하게 굴었다"라고 했지만, 이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나도 남편의 속마음을 들으며 오히려 격려하지 못했던 내 모습을 반성했다. 그렇게 대화를 나눈 뒤 함께 게국지를 먹으며 웃을 수 있었다.



사고는 한순간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은 내게 일상의 소중함, 안전의 필요성, 관계 속 이해라는 세 가지 선물을 남겼다.


안전벨트 하나, 깜빡이 한 번의 배려가 생명을 지킨다. 그리고 가족에게 미리 건네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삶을 지킨다.


나는 여전히 통증 속에 있지만, 그 통증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분명하다. 삶은 언제든 멈출 수 있다. 그러나 멈추기 전까지는 매 순간을 감사와 사랑으로 채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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