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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끝

요즘 날씨 왜 그래

by 진주


요즘 때 아닌 모기가 극성이다.

처서가 지나면서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말도 옛말이 되었다.

날씨 변화로 10월이 되어도 어느 날은 여름 날씨처럼 더울 때가 있다.

그 이유인지 아직도 모기가 기승을 부린다.


날마다 저녁이 되면 거실에 모기향을 피워놓고 방에는 어쩔 수 없이 모기약을 사방에 뿌려놓고 잠을 청한다.

그러나 잠이 들만하면 날아다니는 모기 때문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이다.

일어나서 다시 한번 모기약을 찌지직 사정없이 뿌려대고 난 후 레몬향이 방안 가득히 퍼지자 잠을 청했다.


그래도 귀 옆에서 왱 왱 거리며 날아다니는 모기가 잠시 잠든 틈을 타서 만찬을 즐겼는지 얼굴을 쓰다듬으면 울퉁불퉁하니 속이 상했다. 팔도 마찬가지로 모기가 안 잤다가 간 흔적으로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요즘 성질 급한 남편이 자기 방문을 닫아놓고 아예 문을 열지 못하게 한다. 어쩌다가 내가 문을 열면 남편이 모기를 얼마나 무서워하는지 빨리 문 닫으라며 난리를 친다.


남북이 분열된 것처럼 우리 부부 사이도 모기 때문에 분열이 되었다.

서로 대화가 필요할 때는 각자 방에 있다가 대화하려고 나오는 게 아니라 모기 물린 것 하소연하려고 거실로 나온다.


그러나 대화는 다른 것이 없고 이놈의 모기를 오늘 저녁에는 어찌해야 좋을지 물린 자리만 서로 자랑 아닌 자랑을 하며 빨갛게 부어오른 팔을 내밀고 대충 약을 슥슥 바른다. 잡으려고 해도 얼마나 날쌔고 빠른지 잡으려다 화가 나서 속이 상한다는 말만 하다 각자 방문 잘 닫고 자라는 당부를 하고 들어간다.


낮에도 겁 없이 왱 하니 날아다니다가 벽에 붙어 있는 놈을 때리면 제법 많은 피를 쏟아내며 손 안에서 장열 하게 죽었다.


벽지에 모기 피를 닦으며 어제저녁에 얼마나 내 얼굴에 재봉틀로 박은 듯이 물어뜯었으면 이놈의 모기 새끼들! 낮이지만 모기약을 사방으로 찌지직 찌지직 뿌려댔다.


그랬더니 세상에나 옷걸이 틈에 숨어 있던 모기들이 네댓 마리가 천정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분명히 모기를 향해 모기약을 분사했는데 땅에 한 마리도 떨어지지 않고 천장에 달라붙은 모기는 무슨 모기일까? 어디서 모기가 묘기를 배우고 왔는지 손뼉을 쳐도 잡히지 않고 왱 왱 꺼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모기는 날쌔 지는데 나는 갈수록 행동이 느려지니 손뼉만 세게 치다가 모기 잡으려다 나를 잡고 있다.

나이 드니 모기조차 나를 약 올리고 도망가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한 요즈음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부터 날씨가 급속도로 추워지면서 어제 주일에는 비도 내렸다.

날씨가 추워지니 모기도 점차 힘을 잃고 정말 이제 입이 비뚤어지는지 물어도 힘이 없다.


모기 퇴치법은 특별한 게 없고 역시 계절이 바뀌는 게 약이었다. 날씨가 추워지니 오늘 저녁에는 모기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얼굴과 팔, 다리에 많은 흔적을 남겨 놓았지만 모기와의 전쟁은 이것으로 끝이 났다.


#전쟁# 모기향# 파리채 #퇴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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