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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속 Sep 14. 2024

ADHD에게 ADHD가

나는 이 글을 ADHD들과 함께 힘을 내며 살아 보기 위해 쓰는 것이나


정작 그들은 아마 이 글을 끝까지 읽지 못할지도 모른다.


주의력이 산만한 것이 특징이라 나처럼 글의 첫 문장을


10분 이상 반복해서 읽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부디 도움이 필요한 ADHD 동지분들께 나의 마음이 닿았으면 좋겠다.


이런 글을 쓴다고 내가 ADHD로 인한 고통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나도 힘들다. 내 마음대로 따라주지 않는 내 몸뚱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내가 죽기 직전까지는 이 몸과 함께 살아야 하기에


내 영혼과 이 몸이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내가 ADHD 진단을 받은 것은 2024년 1월이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선천적으로 ADHD를 갖고 태어난 것 같다.


이유는 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37년간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이 있어서다.



1. 나는 단 한 번도 누군가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한 적이 없다.

(매번 다른 생각에 빠져든다. 누군가와 대화하는 매 순간 100%의 확률로)


2.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세운 계획을 제대로 지켜본 적이 없다.


3. 나는 충동적인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참은 적이 거의 없다.

(나이가 들 수록 충동적 생각이 줄어들 뿐)


4.  내 뇌 속에 분류와 정리의 회로가 존재하는지 난 잘 모르겠다.


5. 인간관계를 꾸준히 챙기고 이끌고 가는 능력이 없다.


6. 머릿속에서 하는 대화를 멈춘 적이 없다.

(나이가 들고 그나마 명상의 힘으로 대화를 알아차릴 수 있다)


7. 약속 시간을 제대로 맞춰서 나가는 일이 드물다.

(시간 계산 능력 부족, 아침 각성 능력 부족)



이 밖에도 많겠지만 내가 가져보지 못한 능력들이다.


대부분의 세월 동안 나는 나 자신과 어울리지 못했고 세상과 어울리지 못했다.


고장 난 자동차를 타고 있는 몸처럼 도무지 제어가 안 되는 나의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더더욱 어둠 속으로 숨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ADHD를 사랑해보려고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ADHD 동지분들도 모두 자책과 우울, 불안에서 해방되어


한 번 사는 인생 누구보다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이야기는 우리가 고장 난 자동차를 타고


어떻게 하면 행복한 여행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사색이고 인생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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