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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그 후에도 사랑하는 이들

콜센터 스토리#8

by 둔꿈

"제가 죽은 후 남아있는 부인을 위해 미리 유족연금 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남아있는 자식들이 늙은 부모 수발 하는 데 돈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제가 죽기 전에, 이혼한 거 재결합하면 유족연금이 전 부인한테 갈 수 있다면서요."


"현충원에 사전안장심사가 생겼다던데......

자식들 귀찮게 안 하려고, 미리 받아보려고 하는데 절차가 어떻게 되죠?"


전화기 너머로 사후에 관한 언급을 하는 아버지들의 목소리는 공통적으로 모두 조용하고 담담하다. 가끔 병원에서 전화하는 분도 있다. 바이탈 체크를 하는 듯한 '삐빅... 삐삑...' 뒷전에서 울리는 소리가 내 가슴에는 아리게 박히는데 이 분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다들 묵묵히 할 말을 이어갈 뿐이다.


이런 전화를 받고 있으면 우리 외할머니가 생각난다.

오랜만에 만난 할머니 집이 너무 휑해서 뭐 좀 사드려야겠다고 말씀드리자 다 필요 없으시단다.

"나 가고 난 다음에 이거 치울 가족들 생각해 봐라.

다 짐이지... 전부 짐이야..."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간다는 우리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비움'과 '채움'이라는 개념이 전부 '나'에 집중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사후를 준비하는 분들은 비움도 그리고 뭔가를 하려는 채움도 다 자기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에게 집중이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의 아내와 자녀들은 알까? 남편이, 아버지께서 오늘 어떤 마음으로 어디에 상담 전화를 하고 있는지?


마지막 순간까지,

혹은 그들이 죽은 후에도,

남는 것은 오직 '사랑'밖에 없다는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시는 그분들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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