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머니가 널 찾고 있어

콜센터 스토리#22

by 둔꿈

나는 말이야.

사실 개인정보보호규정,

지침 같은 거 정말 잘 지키는 사람이야.

그런데 예전에 딱 한 번? 아니 두 번인가?

그걸 어긴 적이 있었어.


군에 간 사람 찾는다는 전화들

전부 칼처럼 휙휙 쳐냈던 나였는데,

그날은 왜 그랬던 걸까?


내가 눈물에 약해서 그럴지도 몰라.

왜 남자들이 내는 그런 목소리 알아?

분명 흐느끼듯 우는 건 아닌데, 눈물이 가득 차 있는 목소리로 군에 간 아들에게 면회를 가고 싶다는 거야.


아이 5살 때 부인이랑 이혼 후 한 번도 못 봤다고 하더라고. 부대를 알려주지는 않아도 되니, 제발 한 번만 물어봐달라는 거야.


아, 그날 나는 왜 그랬을까?

그 병사를 결국 찾아서 전화를 했어.

그런데,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아?


"쾅"

귀에서 굉음이 울리더라고.


그 아들이

내 전화를 끊은 건지,

본인의 아버지를 끊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


머릿속이 하얘지더라.

나는 그 아버지에게 거짓을 말했지

"안타깝지만, 찾을 수 없었습니다. "


내 마음에는 뭔가 깨진 것 같은 느낌만 남았어.


15년 전에 아들 버린 아버지,

18년 전에 아들 버린 어머니.


이런 전화들 참 많아.


네가 군대 가면 정말 힘들 거라고 찾는 거겠지.

마지막 힘든 시절이라도 함께하고 싶어서 말이야.

'과거에는~'이라며 다들 손가락질하는데,

마음도 전달되지 못하는데......


그래도 널 찾더라.


하지만, 넌 밉지?


네가 '쾅'소리 내며 전화를 끊었는데도

다시 한번 꼭 네게 말해주고 싶었어.


아버지, 어머니가 널 찾고 계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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