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병사가 재난재해 구조 작업하다가 잘못된 게 엊그제 같은데, 내 아들은 더위에 죽일 건가요? 폭염에 일 시키다가 잘못되면 책임질 거예요?"
어떤 병사의 어머니 이야기를 듣고, 폭염경보 상황이라면 말도 안 된다고 답하며 정식항의 절차를 안내하던 게 바로 어제 일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부처에서 조직된 수해복구팀에 합류해, 폭염 아래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 어제 전화통화한 그 어머니께서 너희도 한 번 가보라며 힘을 쓰셨나? 공교롭게도 어머니께서 지적했던 바로 그 지역이다.
온몸으로 스미는 뜨거움이 참기 힘들다. 외부도 그런데 비닐하우스 안은 더욱더 끔찍하다. 하지만 비닐하우스 내에는 더 참혹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들이찬 토사 그리고 수해와 폭염에 말라비틀어진 멜론들이 걸려 있다. 더 이상 멜론이 아닌 이것들을 치워야 다음번 농사를 할 수 있기에 우리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걷어내야 했다.
멜론이었던 것들을 후두두 아래로 떨궈지는 모양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왔다.
채 다 익지 못하고 떨어져 버린 멜론
멜론을 바닥에 떨구며 이상하게 땀방울 아닌 뜨거운 것도 함께 떨어졌다.
이번에 작고한 채수근 상병이 생각날 줄이야......
콜센터에서는 국민들에게 혼나는 게 일상이다.
국민들은 우리를 콜센터 직원 A로 보지 않는다.
사건 사고가 날 때마다 왜 그딴 식으로 일하냐며 현장 책임자 혼내듯 혼을 내신다. 욕까지 쏟아질 땐 내가 하지 않은 일에 욕먹는 상황에 억울함이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그런데 채수근 상병의 일로 전화하신 전국의 아버지, 어머니들의 고함과 눈물 앞에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철저한 조사를 다짐하는 것 외에는.......
여물지 못한 멜론 하나의 떨굼도 마음 아픈데,
하물며 푸르디푸른 젊은 목숨이 그리 허망하게 갔으니......
그래도 세상은 원망스럽게도 앞으로 나아간다.
나 역시 기도하는 마음으로
멜론 줄기를 하나 더 걷어 내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