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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면 안 되는 것들

콜센터 스토리#19

by 둔꿈

"아버지께서 6·25 전쟁 때 분명히 다쳤었다고요.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고 국가유공자에서 떨어졌어요. 전에도 확인은 했었지만, 정말 기록이 없는 건가요?"


자주 접하는 이 민원 전화는, 과거 기록물의 소실에 대한 비애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어린 시절 역사 시간에도 배우지 못한 기록물에 대한 중요성을 나는 이곳에서 느낀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기록물이 제대로 보호되기 시작한 것은 겨우 2000년 1월부터였다.

그리고 그 법률이 시행된 후에도 정착하기까지는 몇 년이 소요되어 2000년대 초반의 기록물 역시 없을 때가 많다. 나 역시 국민신문고를 통해 2006년의 의무대 개인 진료 기록을 신청했으나, 결국 찾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6·25 시대라니~!!

기록을 찾은 분들은 사실 정말 운이 좋은 분들이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없을 수 있어요?"라고 묻지만,

기록보다 목숨이 먼저인 때였으며, 서류들이 파훼하더라도 제대로 된 처벌조차 없던 시대였다.


상담을 청해오신 70대 할아버지의 이야기도 그 맥락 안에 있다. 본인의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부친이 생각나셨단다. 6·25 당시의 전상으로 왼쪽 팔에 쇠심을 박아 평생을 사셨던 아버지.

그런데 국가유공자나 참전자 등록을 않으셨단다.

친척들이 그런 등록 잘못하면 장애인, 폐물 취급받는다고 하지 말라고 했단다. 아들로서 이제야 부친을 국가유공자로, 그 명예를 되찾아주고 싶다고 하신다.

그런데, 노력 끝에 육군본부에서 얻은 답변은

'안타깝지만 상이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


기록으로 남지 못한 또 한 분의 호국용사와 어느 노인 아들의 한, 상심 속에 가라앉은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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