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강OO씨 무덤을 찾고 싶어요."
할머니께서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이야기하셨다.
현충원이나 호국원으로 전화하시면 되는데, 간혹 잘못 전화하시는 분들도 있어 되물었다.
"어디에 안장되어 계신 분인지 알 수 있을까요?"
"몰라서 전화했어요. 국가유공자니까, 여기서 알 수 있지 않나요?
부처를 잘못 알고 전화하시는 분들이 한 둘이 아니니, 이분도 그런 분이려니 했다.
"할머니, 보훈부로 연락하셔야 되는데요."
"아이고... 휴......"
할머니의 한숨에는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시름이 묻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할머니를 다시 붙잡았다.
"아니... 할머니, 잠깐만요!"
다른 부처 민원이지만,
하는 데까지 해보기로 결심하고 물었다.
"할머니, 전화로 또 다른 곳에 묻기 부담되시면,
제가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으니까
통합 안장시스템으로 한 번 검색해 볼까요?"
"아이고..... 돼요?"
"네. 잠깐만요. 성함이 강00님인가요?
돌아가신 년도는요?"
다행히도 흔치 않은 이름이라, 딱 한 분이 검색되었다.
"대전 현충원에 안장되어 계십니다.
00실 000호로 방문하시면 됩니다."
"부산이 아니라고요?
부산에 있다는 소문도 들었었는데......"
할머니는 뒷말을 흐리며 전화를 끊었다.
상담을 종료한 후 나는 그분의 마지막 멘트에 고민에 잠긴다.
'우리 부처 것도 아닌데, 괜히 안내한 것인가?
대전에 있는 안장자 분이 이름 비슷한 다른 분 아닌가?
내가 왜 상담을 했지? 또 오지랖질 한 건가?'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며칠 뒤 그 할머니는 다시 나를 찾았다. 항의 전화인가 싶어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연결받았다. 그런데 다행히도 아니었다.
"고맙다고요. 정말로 너무 고맙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무려 5년이나 찾아 헤맸었어요. 그 사람 묻힌 곳 찾으려고요. 이런 데는 너무 높은 곳이라 전화하기까지 고민도 많이 했는데, 정말 전화 한 통에 알 게 될지는 몰랐어요.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어떤 사연을 가진 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이도 한참 드신 분이 정말 진심 어린 목소리로 고맙다고 이야기해 주셔서 오히려 어쩔 줄 모르는 마음이 들었다.
누구든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통합안장시스템'에서 그저 검색한 것뿐이었는데......
나의 작은 친절이, 그분에게는 5년 만에 만난 친절이었다는 말이 한참 마음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