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을 잃었다.

콜센터 스토리#21

by 둔꿈

이름이 없는 게 아니라

잃어버렸다.


육신도 간 데 없는

수천수만의 젊음이


봄날 수양 벚꽃보다

더 붉은 깊음으로


세월도 잃고


나와 우리를

바라보더라.



올해 봄, 서울 현충원의 수양벚꽃은

여김 없이 흐드러지게 아름다움을 자랑했지만,

나는 '무명용사 영현비' 앞에서 깊은 슬픔에 잠겼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현충원의 묘비와 위패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콜센터로 전화했기에, 잊고 있었다.

이름을 잃어버리고 한데 뭉쳐져 그저 '무명용사'라는 이름으로 모셔진 분들이 있었다는 것을......

손가락 혹은 대퇴부 등 신체 일부들 겨우 겨우 수습해 '하나'되어 있는 분들!

그들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 달라 전화하는 이는 없다.

혹여나 '이름 잃은' 그들을 찾는

가족을 생각하면 마음은 더 착잡해진다.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소소한 시 한 편과 헌화!

그리고 누군가는 외로운 그분들을

한 번쯤은 찾아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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