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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이맥스의 표정

<별무리였다.>

by 둔꿈

끝도 없이 연습만 할 것 같던 뮤지컬 극,

'돈키호테' 공연의 막이 올랐다.

우리 '불나방' 극단이 취미 삼아서 모이기는 했지만, 코로나 시기와 맞물려 발족되어 마치 가뭄에 단비처럼 극단 단원들 스스로에게도, 그리고 관람객에게도 위로가 되는 좋은 공연을 보여왔다고 한다.


그런데 듣자 하니 이 세 번째 공연은 배우들의 긴장도가 다른 때보다도 훨씬 더 높다고 들었다.

알고 보니 뮤지컬 공연은 다들 난생처음이었다.

전문적인 뮤지컬 테크닉 교육조차 한 번 못 받아본 그들이 선택한 연습 방식은 뒤풀이 때가 돼서야 조금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는데, 한 곡당 오백 번 이상을 들었다고 한다. 길 다니면서도, 잠자기 전에도...... 그저 듣고, 스스로의 목소리를 녹음본 비교해 가며 고치고 고쳐 준비한 것이다.

연극 전 긴장도가 어느 정도 수준이었는지는 돈키호테 역할을 맡은 분이 다른 배우들에게 하는 말에서도 묻어난다. 동그랗게 어깨동무를 다 같이 하고는 그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미안해. 뮤지컬 하자고 해서..... 그래도 모두들 정말 열심히 해왔잖아. 파이팅 하자!"

그리고 이어지는 파이팅 구호.

"불나방! 불태우자!"

무대 위에 올라가는 배우가 아닌데도 객석이 차기 시작하자 두근두근 스스로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해설 도중에 실수를 하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핀조명이 중간에 꺼지면 어떻게 하지?'

가장 작은 배역과 역할을 맡고 있는 나도 이렇게 걱정으로 머리가 가득한데, 무대 위 배우들은 어떨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무대 위에 조명이 켜지며 배우들의 연기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마치 톡톡톡 톱니바퀴 맞춰져 들어가듯 매끄럽게 진행되었다.

극단 회장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정말 우리 극단은 '무대체질'이라는 생각을 하며 감탄하며 바라보았다.

예전 그 수많은 리허설 때는 대사를 잊어버린다던가, 동선이 꼬여 어색해진다든가 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실제 무대에서는 전혀 그런 모습을 엿볼 수 없었다.


다행히 관객들의 평가도 내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경품추첨 때 어떤 관객분은 혜화동 1번지로 가도 괜찮을 것 같다고 과장 섞인 극찬까지 해주셔서 기뻤지만, 사실 가장 나를 흐뭇하게 한 것은 내 초등학생 아들의 평가다. 연극에는 일도 관심도 없는 아이가 꿈과 이상을 좇던 돈키호테가 죽는 장면에서 슬퍼서 눈물이 나올 뻔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 뮤지컬은 정말 성공한 것이다.


이제는 혼자 조용히 앉아 극의 '클라이맥스'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극 전체의 클라이맥스는 돈키호테가 노래 부르며 죽어가는 마지막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내게는 또 나만의 클라이맥스가 있었던 것 같다. 돈키호테가 죽어갈 때 그 감정과 느낌을 살려 슬프게 내레이션을 넣는 부분.


어떤 관객 한 분이 내게 어둠 속에서 목소리가 너무 구슬프게 와닿았았다고 하니 이보다 더 좋은 칭찬은 없었다.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조연을 맡은 분들에게도 모두 저마다의 클라이맥스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클라이맥스'라는 개념에 대해 뭔가 다른 새로운 것이 덧씌워졌다.

누구에게든 피땀 어린 자신만의 클라이맥스가 있다는 것!

주연이든 조연이든 내가 비춘 핀 조명 아래, 배우들의 반짝이는 클라이맥스 표정은 다 같았다.

그들을 빛나게 하는 핀조명의 영광을 누릴 수 있어서 더 뿌듯했던 것 같다.

"모든 배우분들! 여러분의 아름다운 모습을 VIP석에서 직관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별무리였다>


단 하나뿐인 너를 찾겠다며

밤마다 올려다봤더랬다.

까만 하늘


너는 없었다.


아무도 필요 없다며 고개 툭 떨궈

바닥을 내려다봤더랬다.

하얀 빛무리


수많은 네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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