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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 너는 너, 민들레는 민들레

-『민들레는 민들레』, 김장성 글, 오현경 그림, 이야기꽃(2014)-

by Sunny Story

한겨울 눈 속에서 피어나는 붉은 동백꽃, 봄의 전령사 목련,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 다발로 더 예쁜 수국, 한들한들 바람에 고개 숙여 인사하는 코스모스, 향기 그윽한 국화, 나즈막한 곳에서도 지붕 위에서도 돌 틈 사이에서도 피어나는 민들레 중에서 당신은 무슨 꽃을 좋아하나요?


4월이면 김장성 작가의 『민들레는 민들레』를 아이들과 함께한다. 유튜브에 작가가 책을 읽어주는 영상이 있다. 이야기꽃 출판사에서 강창진 작곡, 정의로 노래로 <그림책으로 부르는 노래> 영상도 있다. 활동을 하고 나서는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과 목청껏 노래 부른다. ‘아리랑’에 이어 우리 정서를 표현하는 참 구성진 가락이다.


퀴즈를 내면서 수업을 시작한다.

“나는 세 글자로 된 꽃입니다”, “노란색도 있고, 흰색도 있어요”, “꽃이 지고 나면 하얀 털 뭉치가 생긴답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먼저, 아이들이 세 글자 꽃 이름을 말하면 칠판에 적는다. 진달래, 개나리, 무궁화, 수선화, 봉숭아, 수선화, 안개꽃 …. 두 글자, 네 글자여도 아이들은 아는 꽃 이름을 말하느라 정신이 없다. 장미도 코스모스도 적어준다. 답은 아니지만 서운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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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1_민들레 (14)_1.jpg 아이들과 함께 '민', '들', '레'가 들어간 낱말을 적은 활동지이다.


스케치북에 가운데 동그라미 세 개를 서로 떨어뜨려 그리게 한다. 동그라미 안에 ‘민’. ‘들’, ‘레’를 쓰게 한다. ‘민’ 자, ‘들’ 자, ‘레’ 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글자 주위에 쓰고 그림도 그리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의 머리가 소리를 내면서 활동하는 시간이다. 단어도 쓰고 그림도 꼼꼼하게 그리고 색칠까지 하는 친구, 쓱~ 단어 한두 개만 쓰고는 다 했다고 하는 친구, 열심히 단어만 생각하는 친구도 있다.


스케치북에 글자와 그림이 차면 다음 활동을 한다. ‘민’ 자, ‘들’ 자, ‘레’ 자가 들어가는 단어를 하나씩 골라서 문장 만들기를 한다. 삼행시 만들기와 비슷하다. 말이 되는 문장을 만들기가 쉽지 않다. 활동을 처음 하는 저학년은 단순한 단어의 나열에 그치지만 돌아가면서 문장을 말하고 듣고 서로 ‘까르르’ 웃는다. 그거면 되었다. 민들레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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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7_서현승_01.jpg 고학년 친구들의 활동지이다. 학년은 그냥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기특하다.


두 번째 시간이다. 오늘은 스케치북을 세로로 놓고 두 장이 이어지도록 펼쳐 놓는다. 중간을 나누는 선을 연하게 그린다. 가운데에서 이어지는 클로버 모양으로 네 개의 커다란 하트를 네모 모양에 꽉 차게 그리게 한다. 혼자서 뚝딱 해내는 아이도 있고, 자기만의 모양으로 네 개를 그리는 아이도 있고, “그려 주세요!”하는 아이도 있다. 모두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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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활동은 네 가지 모양 안을 채우는 일이다.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하나씩 채워간다. 첫 번째 안에는 ‘나는 잘해요’, 두 번째에는 ‘조금 더 잘하고 싶어요’, 세 번째에는 ‘나는 좋아해요’, 네 번째에는 ‘나는 싫어해요’이다. 짧은 시간 동안 자기를 생각한다. 아이들의 속마음이 나온다. 게임을 잘하고, 게임을 좀 더 잘하고 싶고, 게임을 좋아하고, 숙제를 싫어해요. 피아노를 더 잘 치고 싶어요. 비 오는 날, 심심한 것이 싫어요. 엄마 잔소리 싫어요. 학원이 힘들어요. 책 읽기 좋아해요. 매운 거 싫어요. 돼지국밥과 오이고추 좋아해요. 괴롭히는 형이랑 청양고추는 싫어요.


아이들이 자신을 이야기한 것으로 『민들레는 민들레』를 페러디한 ‘○○○은 ○○○’(○○○은 친구 이름)이라는 제목으로 시를 적는 시간을 가진다. ‘○○○은 ○○○’ 시 옆에 민들레는 그려서 멋지게 완성하도록 한다. 자신을 소개하는 시를 낭송하는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이 원하면 낭송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만들어 준다. 다음 시간에 친구들이 시를 낭송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함께 본다. 자기 모습을 보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친구도 있고, 재미있어하는 친구도 있다. 다시 하면 더 잘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민들레는 민들레』와 함께 한 시간이다.



달리기를 못 해도 ○○○은 ○○○

피아노를 잘 못 쳐도 ○○○은 ○○○

그림을 잘 그려도 ○○○은 ○○○

친구들을 좋아해도 ○○○은 ○○○

벌레를 싫어해도 ○○○은 ○○○



○○○은 ○○○

만들기를 잘해도 ○○○

혼자 놀기를 잘해도

○○○은 ○○○


모래를 잘하고 싶어도 ○○○

수영에서 턴이 겁나도

○○○은 ○○○


우리 가족을 좋아해도 ○○○

아이브를 좋아해도

○○○은 ○○○


재난 영화를 무서워해도 ○○○

빨강색을 싫어해도

○○○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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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온은 박하온_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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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어떤 민들레를 만나게 될지 봄이 오기 전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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