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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09. 2022

화투-너와 나 사이의 分号(세미콜론)

花扎牌是有益的娱乐活动。

나는 내 아들과 '가끔' 고스톱을 친다.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다. 학원 숙제를 마치고 밥을 먹기 전 십분, 주말 저녁을 먹고 우리가 함께 보는 예능프로가 시작되기 전까지 십오 분, 그 정도의 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 분, 십오 분이 난 참 좋다.

공부하라 잔소리하지 않아도 되고, 아이도 핸드폰을 본다고 내 눈치를 살필 필요도 없다. 그저 우리는 패를 돌리고 맞추고, 웃고 떠든다. 별말이 오가지 않지만 서로의 마음을 할퀴는 가시 돋친 말이 나오지도 않고 애써 예쁜 말을 하려고도 노력하지 않는다.

내 패가 잘 맞으면 내가 이기는 거고, 상대의 패가 잘 맞으면 상대가 이기는 거다.


그렇게 한 두 판을 하고 나면 우리 사이에 중국어 문장 부호인 分号(펀하오, 세미콜론)가 새겨지는 기분이다.

사춘기 아들을 둔 엄마의 잔소리는 끊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잔소리를 내내 이어가는 건 아이와 엄마의 정신건강에 해롭다. 그러기 위해선 잠시 쉬어갈 시간이 필요한데 아이와 나에겐 그게 고스톱을 치는 시간이다. 복합문 내에서 병렬한 어구 간의 휴지를 제시할 때문장이 길어질 때 자르는 역할을 하는 分号처럼 내 잔소리를 한번 멈춰주는 역할을 한다.

작년 추석에 아이가 시댁에서 고스톱을 배울 때만 해도 몹시 못마땅했는데 그게 이렇게 효자노릇을 할지 상도 못 했다.


쿨하게 한 두 판 게임이 오가면 우리 둘은 더 미련을 두지 않고 각자의 할 일을 한다. 아이는 공부를 마저 하거나 핸드폰을 보고 나는 식사 준비를 하거나 청소를 한다.  

런데 나도 모르 웃음이 새어 나온다. 오늘 하루도 아이와 시시덕거리는 오 분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얼굴 붉히지 않고 헤헤거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화투는 도박과 중독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험한 놀이일 수 있지만 적어도 우리 집 울타리 안에서는  탁구와 같은 건전하고 유익한 놀이의 하나일 뿐이다.  나는 앞으로도 아들과, 혹은 남편과 셋이 종종 화투를 치려한다.

화투를  치며 시시껄렁한 농담을 하는 동안 우리 관계 속에 잠깐의 휴지기가 생기기를 바라본다.


建立家庭共同兴趣爱好是幸福的基础!

가족 공동의 취미를 만드는 건 행복을 향한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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