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론 쉼표
지난 한 해를 마감하며 새로운 올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이제는 특별하게 새롭지도 않은 듯하다.
지나 온 많은 시간 속에서 무덤덤 해진탓도 있겠지만 큰 변화 없는 비슷한 삶 속에서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새로워지는지 점점 무뎌지기만 하는 듯하다.
가끔, 아니 자주 지금의 나와 아버지의 그때를 비교해 볼 때가 있다.
어릴 때 봤던 지금 내 나이때의 아버지의 모습들~
그때의 아버지는 어땠을까?
평생 교직에 몸담고 계시면서 아들 넷을 키우시며 결코 쉽지 않으셨을 세상 삶 속에서 무얼 믿고 의지하며 살아오셨을까?
지금 나는 그때의 아버지를 만난다.
힘들고 나약해졌을 때 누군가는 내 손을 잡아주고 삶의 응원자이자 기댈 언덕이셨고 누군가는 내가 그 언덕이 되어주어야 했던 삶..
지금은 내 곁에 계시지 않지만 여전히 내 삶에 깊숙이 관여하여 나에게 또 내 아들에게 든든한 응원자, 조력자가 되어주라 말씀하시는 듯하다.
난 누군가의 조력자, 든든한 기둥이 되어 잘 살아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요즘이다.
점점 약해지고 기운 없어지는 내 모습에 적잖이 당황해하고 있다.
지난 시간에 대한 미련과 후회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이 매년 새롭게 새롭게를 외쳐보지만 막상 달라지는 건 없다. 현재에 감사하고 주어진 것에 충실할 뿐~!
어떠한 큰 기대보다는 보잘것없는 인생일지라도 만족하며 사는 것이 때로는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젊은 시절!
앞만 보고 치열하게 살았던 짧은 시간이 후회나 미련보다는
그냥 그렇게 지나간 세월 속에 한 페이지가 되어가는 나이가 된 지금.
주섬주섬 주위를 돌아보며 놓쳤던 것들을 주워 담으며 한 발 한 발 또 걸어가야 한다는 것~!
폭설이 내린 강원도의 눈을 밟으며 걷노라니 쓸데없는 생각에 뒤쳐진 발자국에 말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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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온 발걸음이 부끄럽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