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이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갈림길에 나는 우두커니 서서
나에게 어떤 일이 닥쳐올지
아니면 어떤 일에 내가 발을 딛고 가게 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서성이고 있다
삶은 나에게 적어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건만
충분한 여유와 시간 속에서 감사를 놓치며
오늘 갈림길에 선 나에게
선택을 종용한 듯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나 때문이야'라고 되뇌며
자책이 앞서기에 나는 또 불안한 얼굴을 한다
다른 사람의 웃는 소리는 다른 세계에나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같고
오롯이 이 상황은 모든 것을 나에게 맡겨진 듯
수문이 열리기 전의 물이 모이는 것처럼
시간은 째깍째깍 쉬지 않고 흘러들어오고
얇은 물줄기는 어느덧 준비가 된 듯 거센 물길로 차오르기 시작한다
오늘도 선택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을 앞에 두고
가슴 벅찬 희망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먼저 나를 엄습해 온다
두 손을 꽉 쥐고 입술을 굳게 다물어 본다
나의 선택은 곧 결정이 될 것인데
한숨만 새어 나와 초조하게 뒷걸음질만 치게 된다
그래도 한 발 내딛는다
시간은 적당하게 기다려 주니까
나는 이 길이던 저 길이든 간에 선택을 하게 되겠지
내가 선택한 길에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길은 그래도 걸을만했다고 하겠지
그리고 이윽고 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마주하게 되겠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