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서성이다

by 로이홀릭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갈림길에 나는 우두커니 서서

나에게 어떤 일이 닥쳐올지

아니면 어떤 일에 내가 발을 딛고 가게 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서성이고 있다

삶은 나에게 적어도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건만

충분한 여유와 시간 속에서 감사를 놓치며

오늘 갈림길에 선 나에게

선택을 종용한 듯

세상을 원망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이 나 때문이야'라고 되뇌며

자책이 앞서기에 나는 또 불안한 얼굴을 한다

다른 사람의 웃는 소리는 다른 세계에나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같고

오롯이 이 상황은 모든 것을 나에게 맡겨진 듯

수문이 열리기 전의 물이 모이는 것처럼

시간은 째깍째깍 쉬지 않고 흘러들어오고

얇은 물줄기는 어느덧 준비가 된 듯 거센 물길로 차오르기 시작한다

오늘도 선택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을 앞에 두고

가슴 벅찬 희망보다는 불안과 두려움이 먼저 나를 엄습해 온다

두 손을 꽉 쥐고 입술을 굳게 다물어 본다

나의 선택은 곧 결정이 될 것인데

한숨만 새어 나와 초조하게 뒷걸음질만 치게 된다

그래도 한 발 내딛는다

시간은 적당하게 기다려 주니까

나는 이 길이던 저 길이든 간에 선택을 하게 되겠지

내가 선택한 길에서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 길은 그래도 걸을만했다고 하겠지

그리고 이윽고 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마주하게 되겠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그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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